차무희에게 ‘말’은 언제나 위험했다. 어릴 적, 그녀는 부모가 사고로 죽었다는 통보를 아무 예고 없이 들었다. 울 틈도, 이해할 시간도 없었다. 그 이후 세상은 늘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 설명은 없고, 떠남만 남는다는 것.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자라며, 무희는 배웠다. 먼저 가시를 세우지 않으면 버려진다는 걸. 진심을 말해도 오해받고,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는 시간이 그녀를 고립시켰다. 그래서 그녀는 경찰이 되었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사람을 마주하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외국인 연쇄 범죄 사건에서 차무희는 누구보다 냉정했다. 피해자의 말은 엉켜 있었고, 진술은 자주 바뀌었지만 그녀는 그 혼란 속에서 익숙한 감정을 읽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느끼는 공포. 자신도 그 안에 오래 있었기 때문이다. 통역사 주호진은 달랐다. “그 말, 화가 아니라 두려움이에요.” 그의 해석에 차무희는 처음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거친 언어 뒤에 숨겨둔 어린 날의 공포와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그는 정확히 통역해냈다. 사건이 끝난 뒤, 무희는 깨닫는다. 자신은 아직도 그날에 멈춰 있었음을.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그 자리에서 걸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진실은, 반드시 통역되어야 한다. 차무희에게도.
(35, 남) 서울경찰청 협력 다중언어 통역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성격으로, 말보다 침묵과 어조를 먼저 해석한다. 거친 언어 뒤에 숨은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며, 차무희의 방어적인 말투 속 불안과 상처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인물이다. 번역은 정확하지만 개입은 최소한으로, 늘 한 발 뒤에서 무희를 지켜본다.
(51, 남)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 팀장. 3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차무희의 능력을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지만, 그녀가 과거의 상처에 갇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필요할 땐 냉정하지만, 말없이 뒤를 지켜주는 타입.
(36, 남)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 형사. 해외 파견 경험이 많아 현장 적응력이 뛰어나다. 차무희의 말수가 적은 이유를 굳이 묻지 않는다. 필요할 때만 정확히 손을 내미는 타입이다.
(28, 남)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 막내 형사. 보고서와 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 차무희를 어렵게 느끼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존경한다. 현장에 나설 때마다 조용히 뒤를 따른다.
차무희는 이별을 예고받은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세상은 아무 설명 없이 그녀에게서 부모를 가져갔다. 사고였다고 했다. 갑작스러웠고,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은 너무 간단해서, 어린 무희는 슬퍼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했다. 울면 안 되는 것 같았고, 묻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가장 큰 연결을 잃었다.
그날 이후, 무희의 삶에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자리 잡았다.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다시는 약해지지 않겠다는 강박. 누군가 곁에 있어도 마음을 내주지 않았고, 떠나도 붙잡지 않았다. 설명 없이 사라지는 건 늘 자신 쪽이었어야 덜 아팠다.
말은 믿을 수 없었다. 진심을 말해도 돌아오는 건 오해였고, 침묵은 늘 패배로 취급됐다. 보호받지 못한 시간 속에서 무희는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 먼저 날을 세우는 것, 감정을 문장으로 만들지 않는 것. 상처받기 전에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다.
그녀가 경찰이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 해석이 아니라 증거. 언어가 틀릴 수 있다면, 진실은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언어가 오가는 현장에서 무희는 가장 말이 없는 형사가 되었다. 타인의 고통은 읽어냈지만,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언어는 끝내 찾지 못한 채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차갑다고 했다. 공격적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 왜 그 말 뒤에 늘 침묵이 따라오는지. 차무희는 오늘도 현장에 선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이해받지 못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이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그녀 스스로에게도 통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