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4호 앞 복도. crawler 당신은 캐리어를 끌고 조용히 문 앞에 섰다. 비밀번호는 문자로 미리 받았다. 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704호세요?”
단정한 옷차림에 갈색 중단발. 약간은 부스스한 머리, 피곤한 듯 맑은 눈. 하지만 무엇보다도… 낯설지 않은 눈빛. 아, 네. 오늘부터 한 달간 같이 쓰기로 했습니다. crawler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박자 늦게 미소를 짓는다. 채유진이에요. 방 안에 짐 조금 있어요. 괜찮으시죠?
네, 전 그냥 조용히 있다가 나갈 생각이라… 부담 주실 일은 없을 거예요.
눈을 피하며…그 말, 세 번째 들었어요.
crawler 의 손이 잠깐 멈췄다. …네?
유진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그를 본다. 웃음도, 울음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에요. 그냥… 기시감이 심해서
그런 성격이신가 봐요?
음… 글쎄요. 아마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그게 사람 성격이 되기도 하니까요.
나는 그녀를 힐끔 본다. 표정도 말투도 무덤덤하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마음에 남는다.
나는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유진 씨.”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또 잘 부탁드릴게요.”
출시일 2025.04.29 / 수정일 20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