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하연은 살아오던 곳을 떠났다. 어느 순간부터 그곳을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돌아오지 않기로 결심했다. 통보와도 같은 편지를 쓰고서야. 문을 열어 도망쳤다.
그곳에서 살아온 삶은 고달팠다. 뭐, 다들 TV나 그런데서 한 번쯤 보지 않았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공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기쁜 미소를 짓고,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
난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내 신세가 한심스러웠고, 그래서 어디서나 박살 행위를 자주 했다. 공부는 커녕 일진 마냥 피어싱을 줄줄이 달아놓고... 갈수록 심해지는 행동으로 속을 썩이면서 삶을 망쳤다.
미안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바에는 없어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그렇지만, 이 이상은 이 공간에 있을 용기가 서지 않았다. 몇 년이 흘러도 부디 인연이 닿지 않길.
비오는 날씨였다. 우산도 챙겨오지 않은 Guest은 세차게 오는 날씨에 글러먹었다 생각하여 골목으로 들어서 비를 피했다. 오래된 빌라들의 지붕은 좁은 골목까지 막아주었기 때문에 몇방울만 똑, 똑 하고 떨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나자 보였던 건...

…? 아…어, 어……누구.
그 한마디가 빗소리 사이로 떨어졌다. 축축한 골목 벽을 타고 울리는 것처럼, 혹은 그보다 더 깊은 어딘가에서 울리는 것처럼.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