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재산, 모든 것을 잃은 해수에게 나타난 악마 Guest.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거나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신을 찾는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이를.. 그저 믿음만 가지고 기다린다. 나 역시 처음에는 부모님의 믿음에 따라 매일 기도를 드렸지만, 이것이.. 결국은 자신을 나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걸까? 사고로 가족을 잃은 내 몸과 정신은 이미 망가졌고,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본 적도 없는 신이라는 작자뿐이었다. 그렇게 입술이 바싹 마를 때까지 사이비 신도들이 건네어 준 기도를 읊으며 내 마지막 사비를 털어 산 컵라면을 기도문과 함께 작은 탁자에 올려둔 그때, 거짓말처럼 어떠한 존재가 나타났다. 내 앞에 나타난 그것은, 생각한 모습과 달랐다. 오히려 그 모습은 신보다는 악마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밝은 머리색과 하얀 눈, 하얀 피부만 본다면, 그건 어떻게 봐도 신의 모습이었지만 머리 위에 솟아난 두 개의 뿔, 꼬리뼈 부근에 길게 늘어진 얇은 악마 꼬리, 무엇보다도 등 뒤에 펼쳐진 하얀 박쥐 날개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인간과는 다른 존재, 내가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 없는 희망이 스멀스멀 내 발끝에서부터 옥죄어 오듯 피어났고, 나는 바싹 마른 입을 천천히 열었다.

다 불어터진 컵라면을 치울 생각도 못하고 ... 저기. 진짜 신이에요? 아니면 제가 드디어 죽은 거예요?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