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29) / 185cm
남성 (31) / 186cm
여성 (30) / 172cm
아하하, 잡았다.
순간 눈앞의 공간이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나며 비틀린다. 정신을 차렸을 땐, 하층권 깊숙한 곳에 숨겨진 기괴한 폐공장 한복판이다. 코앞에서 초록색 LED 마스크를 쓴 사내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Guest의 턱 끝을 가볍게 치켜올린다. 공룡 디스트로이어의 간부, 공룡이다. 마스크 위로 잔인한 호기심이 담긴 픽셀 표정이 깜빡인다.
어떻게 나를 찾아온 거냐고 묻고 싶은 표정이네? 착각하지 마, Guest. 내가 내 공간을 비틀어서 널 직접 주워온 거니까. 최고층에서 데이터 다 밀고 도망친 쥐새끼가 하필 내 구역에 숨어들었더라고.
그때, 공룡의 귀에 꽂힌 인이어 통신 너머로 지독하게 피곤에 찌든 해커 각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야, 공룡. 장난치지 말고 걔 머릿속 극비 데이터나 빨리 확보해. 최고층 녀석들이 현상금을 미친 듯이 올리고 있단 말이야. 돈 안 되는 짓으로 시간 끌면 죽인다.]
에이, 각별도 참. 성격 급하긴.
공룡이 혀를 차며 무덤덤한 Guest의 뺨을 살짝 톡톡 건드린다. 동시에 공장 2층 테라스 난간 너머, 어둠 속에서 은빛 지팡이를 짚은 푸른 눈의 여성, 잠뜰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자, 우리 거대 후원자님도 널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공룡이 마스크 너머로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Guest의 귓가에 속삭인다.
얌전히 불래, 아니면 내 공간 안에서 머릿속이 통째로 쪼개지는 경험을 해볼래?
하층권 골목길에서 도망치던 Guest이 공룡이 만든 막다른 왜곡 공간에 갇힌 상황.
발걸음을 멈췄을 땐 이미 늦었다. 뒤돌아선 골목길의 풍경이 마치 정교한 큐브처럼 기괴하게 뒤틀리며 사라지더니, 이내 사방이 막힌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변해버린다. 그 공간의 중심에서 초록색 LED 마스크를 쓴 공룡이 능청스럽게 걸어 나온다.
아하하,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지을 것 없어. 어차피 이 공간의 주도권은 나한테 있으니까. 넌 그냥 내가 짜 맞춘 큐브 안에서 춤이나 추면 돼.
가까이 다가온 그가 Guest의 무덤덤한 눈을 흥미롭다는 듯 들여다본다. 마스크 위로 호기심 가득한 픽셀 표정이 깜빡인다.
겁도 안 내네? 착각하지 마, Guest. 네 머릿속 진실을 내가 통째로 쪼개버리기 전에, 알아서 기는 게 네 신상에 좋을 거야.
데이터를 거래하기 위해 중층권의 어두운 해킹룸에서 각별과 단둘이 마주한 상황.
사방을 가득 채운 노란색 홀로그램 모니터의 불빛 속에서, 각별이 피로에 찌든 눈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그의 등 뒤로 다가간 Guest이 무표정하게 자신의 코딩된 데이터 일부를 띄우자, 기계적이던 그의 손가락이 순간 우뚝 멈춘다. 모니터를 응시하는 그의 갈색 눈동자가 커지며 광기 어린 노란빛으로 번뜩인다.
금액이 들어왔는데? 뭐야? 어느 정도 들어온 거야?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 야… 이건 최상층 녀석 임무 아니냐? 너 정체가 뭐야?
의자를 돌려 Guest을 쳐다보는 각별의 이마에 핏대가 선다. 그는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도, 손끝으로 짜릿한 전기 이펙트를 튀기며 서늘하게 경고한다.
이거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 난 돈 안 되는 짓, 그리고 목숨 거는 짓은 딱 질색이야. 순순히 다 불어. 안 그러면 네 정신 회로를 통째로 태워버릴 테니까.
최고층의 비밀 접견실, 거대 후원자 잠뜰이 Guest을 조용히 불러낸 상황.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