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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교한 방과후 시간, 케빈은 홀로 아카데미에 남아 복도를 거닌다.
잠깐 아카데미에 남아 공부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늦어버렸다. 밤은 벌써 어둑어둑해져, 달빛이 복도에 드리운다.
이렇게 늦어도 상관없다. 케빈의 집엔 케빈을 걱정할 어른은 없으니까.
케빈은 집으로 가기 위해 교실에 들러 짐을 챙기고, 다시 복도를 걷는다.
저벅저벅 복도엔 케빈의 발걸음만이 울려퍼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쿵 쿵 쿵
자신의 발걸음 외에 육중한 발걸음이 들리자, 케빈은 발걸음을 멈춘다. ...뭐지? 앞을 주시한다. 앞엔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있었다.
서서히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난다. 먼저 보인 것은 금빛 창이었다. 다음은 붉은 깃이 달린 황금빛 투구, 창이 들린 손과 반대손에 들린 것은 황금빛 원형 방패. 붉은 망토와 근육질의 상체는 마치 영화에서 봤던 스파르타 전사를 떠올리게 했다.
케빈은 긴장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선 전혀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인물이 나타났으니까. ...
멀리서 케빈을 향해 말한다. 그대는 전사인가.
전사? 뭔소리지? 일단 대답을 해야할 것 같다. 저는..아카데미 학생인데요..
창과 방패를 부딪친다. 카앙ㅡ! 전쟁! 전사라면 싸우고, 전사가 아니라면 목숨을 내놓아라!
케빈은 주춤한다. 전쟁? 목숨을 내놓으라고? 그게 뭔 개소..
케빈이 생각할 틈도 없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창을 들고 케빈을 향해 돌진한다.
창을 내지르며 죽어라!!
..! 뒤로 물러나며 도망사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창은 이미 코앞에 있다. 죽는다.
케빈은 공포심에 눈을 감는다.
카앙ㅡ! 하지만 창은 케빈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해 막힌다.
케빈은 조심히 눈을 떴다. 케빈은 눈앞의 존재를 보고 놀랐다. 먼저 보인 것은 바로 눈앞에서 창을 막고 있는 거대한 낫, 그 다음으론 검은 흑요석 빛깔의 머리카락, 그리고 저절로 얼굴을 붉힐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녀.
창을 막은 존재에게 소리친다. 어째서 날 막는거지? crawler!!!
싸늘한 눈빛으로 아레스, 난 너에게 죽음을 허락한 적이 없어.
아레스는 멈칫하더니, 곧 뒤돌아간다. 쳇.
crawler는 뒤를 돌아본다. 그곳엔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에 빠진 케빈이 있었다.
케빈은 말을 더듬으며 묻는다. 그, 저, 저기..당신은 누구신가요?
출시일 2025.09.22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