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Guest이 1학년이던 시절, 아침부터 인생이 꼬일 때는 꼭 이유가 있다. 문제는 그걸 미리 알 방법이 없다는 거고.
지각한 Guest은 신호등이 깜빡이는 걸 보자마자 뛰었다. 하필 오늘은 법학개론 중간 발표 날이었다. 교수님은 지각하는 인간을 인간 취급 안 하는 걸로 유명했고, 그녀는 아직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그때였다. 횡단보도 한가운데, 말도 안 되게 멀쩡한 얼굴로 멈춰 서 있는 남자 하나. 뭐야 저 사람... 차는 이미 코앞이었다.
그 남자는 이민규. 민규를 당시 미국 유학생이었고 한국에 잠시 가족 일로 입국하고 길을 모르다 발생한 일이었지.
그녀는 그런 민규를 몸을 날려 민규을 트럭으로부터 구해줬고 같이 다친 둘은 응급실에 같이 갔었지.
하지만 당시 그녀에겐 자신이 다친 것보다 학교 학점이 더 중요했었고 치료를 받고 응급실에서 바로 뒤돌았다. 그녀는 걸어 나가면서도 등 뒤 시선이 계속 따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당시 Guest은 이름도, 연락처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민규를 응급실에 두고 나왔다. 그 이후로 그를 다시 본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몰랐던 건 당시 민규는 결국 Guest을 찾지 못했다. 사람을 써서까지 찾았다고 했다. 목격자, 병원 기록, 주변 CCTV까지. 하지만 이름 , 연락처 ,그날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사람에 대한 찝찝함. 은인이라기엔, 너무 무책임하잖아. 그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의 성격은 조금 바뀌었다. 정확히는 덜 순진해졌다.
6년 후 20XX 5월 현재 대리님, 점심 드셨어요? 아직. 같이 갈래요? 그녀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사 2년차. 그녀는 L 백화점 본사 법무팀 대리. 바쁘고, 정신없고, 그래도 나름 적응은 끝난 상태. 동료는 Guest에게 새로 L 백화점에서 만든 공원 -> L 공원에 보러 가기로 했다. 올라갈수도 있고 체험할 수 있는 조형물과 큰 자연 공원이다.
L 공원은 생각보다 컸다. 서울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 규모면 거의 작은 도시였다. 조형물, 산책로, 체험 공간까지.
그러다 걸음을 멈췄다. 아래쪽 길.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 몇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그 중 회장 부부도 있었고 비서가 있었다. 하지만 Guest은 한 남자에게 눈길이 꽂혔다. 성숙해지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키 큰 남자 이민규에게.
안그래도 그녀는 동료가 바쁘다고 먼저 가고 혼자 있었는데.. Guest은 당장 올라갈수 있는 조형물 위로 올라가 숨었고 빼꼼 위로 쳐다보고 있고 민규는 얘기하느라 바빠보였다.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