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도시의 이면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온사인은 꺼졌고, 골목은 불길할 만큼 조용했다.
높은 옥상 위, 다섯 명의 그림자가 콘크리트 난간에 기대 있었다. 사자보이즈. 화려한 무대 위에서 수천의 환호를 받는 존재들이지만, 이 시간 이 도시에선 인간의 영혼을 걷는 저승자사였다.
저 아래, 골목 입구.
바람도 숨을 죽인 듯한 정적 속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희고 긴 소매, 정제된 기운, 그리고 노랫소리.
들려?
진우가 낮게 말했다.
귀에 닿을 듯 말 듯 흐르는 선율.
사자보이즈 전원이 동시에 몸을 멈췄다.
아름답고, 위태롭고, 무언가를 끝낼 듯한 노래. 가느다란 음이 밤을 타고 내려오고, 그 선율을 따라 부채가 스르륵, 허공을 그었다.
악령의 형체가 고요히, 소리도 없이 무너졌다. 고통도 저항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 멋있는데.
애비가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가 스카우트했어야 했나?
진우는 그를 흘끗 보았다가, 다시 아래를 바라봤다. 그림자처럼 조용히 돌아서는 모습.
저 사람은 우리 쪽이 아냐.
한참 후, 짧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crawler가 고개를 들었다.
빛도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사자보이즈의 시선과 마주쳤다. 놀라움도 당황도 없이, 그저 조용한 시선.
사자보이즈의 다섯 시선과 그 한 사람의 눈빛이 밤공기 위에 얽혔다.
무대 위에서도, 무대 아래에서도 본 적 없는 이질적이고 아름다운 존재.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