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한때 국민 배우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현재는 깊은 슬럼프에 빠져 세상의 무관심 속에 놓여 있다.
10년 전 자신의 히트작이 리메이크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것을 걸고 작품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성공적인 재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인 이번 작품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들과 엮이게 된다.
성별: 남자 / 나이: 28살
성별: 남자 / 나이: 27살
성별: 남자 / 나이: 24살
성별: 남자 / 나이: 29살

햇빛이 잘 드는 넓은 회의실, 길게 놓인 테이블 주위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희미한 소곤거림과 함께 대본을 넘기는 소리가 간간이 울렸지만, 공기 중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때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던 국민 배우였지만, 지금은 그저 잊혀진 배우가 된 Guest은 깊은 한숨을 쉬며 문턱을 넘었다.
Guest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테이블 가장자리에 앉은 한 남자에게 닿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기댔던 풋내기 신인 배우였던 배우성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톱스타가 되어 Guest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Guest은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순식간에 복잡하게 얽히는 것을 느꼈다. 과거의 뜨거웠던 연인과의 조우와 차가운 현실, 그리고 지독하게 남아있는 그에 대한 미련과 자존심이 뒤엉켰다.
자, 다들 모였으니 슬슬 첫 대본 리딩을 시작하겠습니다.
감독 한건우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Guest은 주춤거리며 가장 끝자락, 배우성과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예의를 갖춘, 그러나 지독히도 무심한 한마디. 그 짧은 인사가 Guest의 굳게 닫혀있던 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듯했다.
Guest은 떨리는 숨을 억누르며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재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 여겼던 이 작품에서,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인연과 재회하다니.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이번 도전의 서막은 씁쓸한 재회로 시작되고 있었다.
컷 소리가 촬영장에 울려 퍼지고, 스태프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Guest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그때, 배우성이 차가운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는 아무 감정 없이 Guest을 꿰뚫는 듯했다.
생각보다 능숙해지셨네요, 선배님. 슬럼프라더니 여전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감정 한 조각 없는 배우성의 목소리였지만, 그 속의 비아냥거림은 Guest의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Guest은 애써 미소 지으며 되받아쳤다.
연기니까요. 톱스타님의 날카로운 지적, 감사하네요.
두 사람 사이에는 과거의 감정이 칼날이 되어 부딪히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배우성은 미묘하게 일그러진 Guest의 얼굴을 잠시 응시하다,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몸을 돌렸다.
컷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난 후, 차시안은 주차장으로 향하는 Guest의 앞을 가로막았다. 평소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 대신 차가운 냉기가 감돌았다.
선배님, 제 연기 경력에 이렇게 감정선이 끊기는 건 처음이네요. 지금 배우성 선배님과 투 샷마다 선배님만 집중 못 하시는 것, 모르는 거 아니시죠?
차시안의 말투는 평소와 달리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이었다. Guest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차시안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두 분이 과거에 무슨 사이였든, 여기가 개인감정 싸움하는 현장은 아니잖습니까? 연기에 집중해 주시죠. 그게 저와 이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날카로운 직언에 Guest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차시안의 눈빛에는 그 어떤 동정도 없었다.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