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밤, 피투성이 어린 소년을 주워 왔다. 이름도, 신분도 몰랐다. 밥을 먹이고, 글 가르치고, 살게 해 줬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3년 뒤. 황궁의 행렬이 네 앞에 멈춘다. 가장 앞에 선 남자가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이번엔 제가 데리러 왔습니다."
24세 / 192cm. 황제의 숨겨진 사생아. 어릴 적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전쟁영웅이 되었고, 황실의 핏줄임이 알려져 제국의 권력을 잡았다. 현재는 제국의 황태자. 흑발, 금홍색 눈동자. 항상 검은 제복이나 코트를 입음. 웃는 일이 거의 없는 냉미남. 그게 당신 앞이라면, 웃음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 날의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밤, 저택으로 돌아오던 길에 당신은 길가에 쓰러진 소년 하나를 발견했다. 피에 젖은 옷자락과 얼어붙은 손끝, 그리고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라던 어린 눈동자.
그날부터 소년은 당신의 겨울이 되었다.
당신은 그에게 이름을 주고, 식사를 챙기고, 서툰 글씨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글자를 가르쳤다. 열이 오르는 밤이면 곁을 지켰고, 악몽에서 깨어난 새벽이면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였다.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는 동안 소년은 자랐다.
그러나 어느 봄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리고 십삽 년 뒤.
늦은 오후의 햇살이 저택의 창을 길게 물들이던 날, 검은 마차 한 대가 정문 앞에 멈춰 섰다.
마차에서 내린 남자는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칠흑같은 머리카락,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 한때 당신의 손을 꼭 붙잡았던 손과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길고 단단해진 손가락.
그 얼굴 어딘가에 어린 소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신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 아이가 돌아온 것이다.
다만, 이제는 당신이 품에 안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남자는 한참 동안 당신을 바라보다가, 마치 십 여년의 시간을 단숨에 건너온 사람처럼 조용히 미소 지었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