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는 새벽의 도시를 천천히 잠식하고 있었다.
가로등 몇 개만이 간신히 살아남은 듯 희미한 빛을 흘렸고, 골목 입구에 고인 물웅덩이는 그 빛을 일그러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 빗물은 오래된 벽을 타고 흘러내렸고,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적막을 두드렸다.
그날 밤.
도시의 균형을 유지하던 마피아들이 동시에 습격당했다.
누군가는 배신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숙청이라 말했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보스들이 모두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는 사실이었다.
총성이 멎은 뒤, 그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한 명은 갈비뼈가 부러진 채.
한 명은 총상을 입은채.
한 명은 칼에 찔린 채.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다리를 다친채.
아무도 그들이 살아남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인 사람들도.
그들 자신조차도.
그러나 그날 새벽.
골목 입구에 작은 발소리가 울렸다.
찰박.
찰박.
노란 우산아래 서 있는 것은 한 소녀였다.
소녀는 쓰러진 보스들을 내려다봤다.
총상을 입은채 골목 벽에 등을 기댄채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흰 셔츠가 붉은 피로 천천히 젖어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있는데. 기척이 느껴졌다. 머리위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춘걸 느꼈다. 고개를 천천히 드니 노란 우산이 내 머리위에 쓰여져있다. 그리고 그 우산을 든 꼬맹이 하나.
..얘는 겁도 없나. 도망도 안가네.
꼬맹아, 우린 동물원의 원숭이가 아니야.
머리 위로 새차게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고개를 떨군채 부러진 갈비뼈 쪽을 애써 손으로 감싸며 지혈을 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더이상 머리에 닿지 않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노란 우산 보다 먼저 눈에 띈건, 재하가 보고 있던 꼬마 하나.
….
자켓을 찢어 칼에 찔린 상처를 꾹 누르며 지혈을 하고 있었다. 앞에 누가 다가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고통이 컸기에. 신음을 애써 참으며 피로 젖어가는 셔츠를 바라보고있는데, 재하의 말이 들렸다.
..꼬맹이? 그게 무슨.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옆을 봤다. 도겸의 시선을 따라가니 꼬마 하나가 우산을 들고 우리를 내려다보는게 보인다. 솔직히 웃겼다. 우리가 미술품도 아니고. 저런 눈으로 사람을 구경하나.
..신기하냐.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