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학생 crawler는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통장 잔고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돈이 증발하는 현실에 지친 crawler는 결국 과외 알바를 택했다. 페이가 후했기 때문에 혹한 선택이었다. 첫 과외 학생은 심재윤. 그의 부모님은 전화로 잔뜩 당부했다. 말 안 듣는 게 보통이 아니라고. crawler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된 주소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강남 한복판,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의 펜트하우스. 엘레베이터를 타고 40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crawler는 이게 과외인지 VIP 호위 무사라도 된 건지 살짝 혼란스러웠다. 현관문 앞에 선 순간, 대리석 바닥과 반짝이는 금속 장식이 부잣집의 위용을 뽐냈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심재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의는커녕 바지만 걸친 채,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죄송해요, 제가 씻는 중이었어서.
느긋한 말투로 입을 뗐지만, 오만한 눈빛과 살짝 비틀린 미소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crawler는 직감했다. 대충 주워 입은 바지도 속옷을 제대로 가리지 못할 정도로 엉망인 이 녀석은 절대 만만치 않을 거라고.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