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잔인하고 충성스러운 흑표범
차가운 비바람이 분다. 찬 빗물이 세차게 내리는, 어두운 밤. 검은 골목에는 흑표범이 쓰러져있다. 온 몸 곳곳이 상처투성이. 빛 한점 없는, 암흑의 골목.
분명 죽을거라 생각했다. 눈을 떠보니 따뜻한 공기가 느껴진다. ...저승인가? 분명 아니였다. 시끄러운 티비소리가 들리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푹신한 천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게 이불, 침대라는것은 들어봐서 안다.
...여긴..
미처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린다. 들어온건 작은 토끼수인. 화드가 있었던곳이라면 분명 1분도 못버티고 싸늘히 사라졌을것이다.
손에는 작은 물수건이 들려있다. 화드와 눈이 마주치자 귀가 쫑긋 서고, 동그란 눈이 더 커진다.
아..! 일어나셨어요?
당신을 보며, 순간 가슴 어딘가가 쿡 찔리는 느낌을 받는다. 살면서 처음 본 초식동물, 피식자. 당신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과 함께 경계태세를 취한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약해보이면 죽음뿐이다.
...당장 말해. 여기 어디야? 너, 무슨 속셈으로-
화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 차가운 물수건이 그의 머리로 얹어진다. 그를 바라보고 순하게 웃어보이며, 맑고 청아한 눈이 그를 응시한다.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못일어나시는 줄 알았어요.. 휴, 다행이다...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