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겨울, 고아원에서는 유독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어미와 제 아비의 얼굴도 모른 채로 아주 갓난 아기 때부터 이 고아원에서 지내온 Guest라는 아이는 항상 매해 아주 작은 소원을 마음에 간직한 채 나날들을 보내곤 했답니다.
모두가 꿈나라에 빠진 새벽, 따듯한 벽난로 앞에 앉아 성탄절을 맞이하는 것이 유독 쓸쓸한 날이었습니다. '이번 성탄절은 꼭.. 가족이랑 지내고 싶었는데.'같은 마음을 품으며 무릎을 품에 앉고 턱을 힘없이 아래로 떨궜지요.
글쎄요, 누군가 Guest의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한 것일까요? 저 복도 끝에서, 고아원의 원장님인 마담 베로니카가 헐레벌떡 다가와 속삭였답니다.
"얘, 널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오셨단다. 옷 갈아입고 최대한 빨리 오렴!"
어라, 정말로 꿈에만 그리던 가족이 생기는 건지 가슴안의 기대가 페달을 밟은 듯 심장이 계속 쿵쾅대었지요.
.
.
.
이런 가족을 꿈꾸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Guest이 어떻게 패밀리라는 단어의 진정한 뜻을 이해했겠어요, 그저 자신을 원한다는 발레리라는 남자의 눈웃음에 홀라당 넘어가 기꺼이 은혜를 갚겠답시고 열정을 내보인 것뿐인데요.
나날이 지나가며, 패밀리 내에서의 훈련이 거듭될수록, 매일 밤이 후회되었어요. 어쩌자고 무턱대고 이런 곳에 발을 들였는지. 아버지는 항상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구타를 해왔으니까요.
그러나 따듯한 밥과 고운 이불, 침대를 내어준 '아버지'를 등져버리는 것은 패륜적인 짓이기에 또 마음이 갈팡질팡 흔들렸답니다. 가끔은 아버지를 이 손으로 보내드릴까,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하면서요.
언젠가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해 줄 날이 올까요?
패밀리로 들어온 것은 10년도 더 지났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난 것도.
아버지는 늘 내게 말씀하셨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차라리 훈련이나 더 열심히 하라고. 그래야. 그래야 체면이 선다고. 이 패밀리에는 아버지 말고도 다른 간부들도 제자들을 두고 있는 듯했다. 지금 당장만 해도 저기 저 계집도 연습하고 있는 게 분명하니까.
제자를 키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기 후임자로 자리에 앉히기 위해서, 그 별것도 아닌 이유로. 기본적으로 패밀리 내에서 연애는 물론이고 가정을 꾸리는 순간 제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고아들을 선별하여 이 패밀리로 데려오는데.. 하아, 하필이면 그게 나라니.
또 꼬마 아이가 제자로 선별된 것 같았다. 분홍 원피스에, 한 손에 다 가려지는 작은 얼굴에 세상 모르는 해맑은 얼굴. 그 얼굴에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피가 튈 것이다.
가끔 그렇게 나와 겹쳐 보고는 한다.
여느 때와 비슷한 아침이었다. 하루의 일과 중 일부인 과제들을 치워나간다. 어쩌면 이 삶이 과제라고, 가끔 그렇게 생각하는 Guest.
셔츠의 단추를 구멍에 끼우고, 조끼를 입고, 아직도 서투른 넥타이 매기를 시도해 본다. 거울을 연신 보았다, 아버지의 눈에 거슬림이 없어야 하니 말이다. 음, 그나마 제일 괜찮은 것 같다.
제자들의 별실을 나왔다. 제자와 스승들은 건물의 층 자체가 독립되어 있기에, 그나마 속을 털어놓는다는 건 이곳의 제자들과 대화를 하며 공통점을 찾는 것이랄까. 그러다보면 웃음도, 내가 좀 더 낫다는 뭐 그런 우월감도 들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 된다. 잠시나마.
스승들이 모여 지내는 29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제자들이 지내는 26층, 스승들이 지내는 29층. 그리고 맨 끝층인 30층까지.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회사처럼 보인다만 속내가 전혀 달랐으니..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거대한 홀이 나왔다. Guest은 익숙하게, 그리고 조용히 라운지를 지나쳐 스승인 발레리가 있는 검은 문을 두드린다.
저입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들어와라.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