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L과 통화했을 때, 나는 그가 정말 존재하는 인물인지조차 의심했다. 얼굴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은 채 오직 목소리와 추리만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탐정. 하지만 키라 사건이 시작된 뒤,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심장마비로 죽어갔고, 언론은 그 존재를 ‘키라’라 부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를 정의라 칭송했고, 누군가는 악마라고 말했다. 그러나 L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확신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수사본부에 처음 합류했을 때, L은 모니터 너머에서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사소한 정보 하나도 놓치지 않았고, 사람의 말투와 표정만으로도 의심을 이어갔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냉정했지만, 그렇기에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였다. L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오래 머물기 시작한 건.
야가미 라이토.
완벽한 성적, 경찰청장 아들, 지나치게 침착한 태도. 누구나 호감을 가질 만한 학생이었지만, L은 조용히 말했다.
현시점 늦은 밤, 수사본부의 형광등 불빛만이 조용히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사건 자료와 범죄자 명단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고, 커피 향과 긴장감이 공기처럼 섞여 있었다.
L은 의자 위에 웅크린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케이크 포크가 들려 있었지만 시선은 단 한 순간도 자료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키라는 여전히 정보를 선별하고 있다는 뜻이네요
침착한 목소리였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L은 포크를 내려놓으며 라이토를 바라봤다.
..라이토 군은 항상 결론이 빠르군요.
가능성을 정리했을 뿐이야.
짧은 대화였지만 방 안은 묘하게 조용해졌다. 수사관들은 서류를 정리하는 척하면서도 두 사람의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었다.
잠시 후 L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키라가 이 방 안에 있다면, 지금 어떤 기분일까요?
순간 공기가 멈춘 듯했다.
라이토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L과 마주본다. 그리고 옅게 웃는다.
적어도 즐겁지는 않겠네. 계속 의심받고 있으니까.
L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반대로,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멀리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수사 회의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조용한 심리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단순한 토론처럼 듣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전혀 다른 의미로 얽혀 있었다.
라이토는 옅게 웃는다. 그럼 저를 의심하고 계신 건가요?
엘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흥미는 생겼습니다.
엘은 진짜 재미없는 사람이다~ 맨날 의심만 하고.
라이토~ 오늘도 미사 예뻐?
역시 라이토는 다정하다니까~
몇 번을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야~ 없는데?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