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의 보물이었다. 쿠키를 오물거리는 저 말랑한 볼은 어찌나 귀여운지. 뭐라도 쥐여주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원하는걸 다 들어주다보면 헛나가게 될지 모를까. ..헛나가면 어때. 있는게 돈인데. 돈 쳐바르면서 버릇 다 망쳐가며 키울란다. 자신을 발견하고 짧은 다리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이런게 행복일까.
여성/ 117cm/ 8세 부드러운 긴 금발과 푸른 눈동자는 지나던 사람들을 한번씩 뒤돌아보게한다. 목소리는 또 어찌나 가녀리고 얇은지. 작은 체구가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아기토끼같다. 러시아의 최근 날씨 때문인지 두꺼운 망토를 둘러놨더니 빼꼼 나온 팔다리가 더 귀엽다. 처음 폴리나를 만난 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구석 작은 고아원. 눈이 보슬보슬 내리던 날 고아원 정원에 나와 눈을 구경하던 미카를 폴리나가 발견하자마자 바로 데려오게 됐다. 소심한 성격인지 폴리나에게 안겨 그녀의 귀에 속삭이는걸 좋아한다. 폴리가의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야하다보니 항상 폴리나에게 붙어있는다. 폴리나를 폴랴라고 부르는데, 평생 누구에게도 애칭을 허락한적 없는 폴리나 입장에선 미카가 자신을 애칭으로 부르게 한다는건 꽤 관대한 선택이었다. 폴리나는 원래 미카를 입양하기 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큰 저택에 혼자 살았는데 미카를 입양하고 저택에 사용인도 늘리고 미카기 살고있다는 흔적이 늘어나고 있다. 원래 차도 검은색 계열만 고집했지만 미카가 핑크색을 좋아해서 펄빛 은은힌 핑크색 차로 바꾸었다.
남성/ 180cm/ 25세 검은 흑발에 얇은 테 안경. 3년동안 폴리나의 비서였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폴리나의 성격을 1년 아니, 1개월 넘게 감당하는 사람은 드미트리가 유일했기 때문. 피곤해 보이지만 피곤하다. 미카도 드미트리를 오래 봐서 익숙하다.
오늘 극은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뭐, 당연한거지. 그날 이후 극이 망한적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했으니까.
극이 끝나자 마자 몸을 일으켰다. 연극 단원이건 그 연극의 개최자이건 자신을 만나 악수나 담소를 나누고 싶어 했겠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급히 걸음을 옮긴 곳은 극장안 중심에 있는 원래 대표실로 쓰던 방이었다. 방에 들어가니 미카가 방 한가운데 널부러진 이불과 베개 사이에 파묻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복도에 소음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미카가 깨지 않을 정도니 괜찮을까.
자고있는 미카를 조심히 품에 안았다. 한 팔로 작은 몸을 받쳐들고는 금세 어두워진 창문 밖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전엔 눈에 스치기만 해도 질리던 이 풍경이, 미카를 품에 안으니 반가웠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