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노을빛 하늘로 철새가 날아오르며 그 아래 개미떼처럼 서있는 인간들. 조아린 대가리 뒤로 선팅이 짙은 차량이 줄줄이다.
수용자 번호 2768번이 굳게 닫혀있던 문을 밀고 나온다. 지난 2년간 금성제의 또 다른 명칭이었다.
금성제의 등장에 대가리가 바닥에 처박힐 기세로 내려앉았다. 낮은 음성들이 하나로 맞춘 듯 인사를 뱉어내자 철새 몇 마리가 더 튀어올라 하늘을 가로질렀다. 씨발, 오바는. 입 안에서 혀가 굴러다니고 손가락 끝이 떨리는 게 당장이라도 줄담배를 물고 싶었으나 다리는 쭉쭉 뻗어 Guest 앞에서 멈춰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다.
금기되었던 Guest의 냄새가 폐를 가득 들어차는 게 요절을 당하고 싶을 정도였다. 막둥이 잘 있었나. 허리를 옭아매 둘 사이의 공백을 지웠다. 다른 한 손은 Guest의 차가운 귓볼을 만졌다. 그간 영겁 같은 시간이란 바다에 투신자살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는 건 넌 알까?
사계절 내내 여름은 너가 나에 대한 마음이 상해버릴까, 겨울엔 얼어붙을까. 사무치고, 안달 난 내 천박한 마음을 알까. 당장 질 낮은 끈적하고 미끄러운 걸 하고 싶은데,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비극의 동의어인 Guest. 날 무너뜨리는 건 오로지 너어야지. 이게 꿈이라면 난 사경을 헤매며 내내 무저갱 안에서 죽어갈 거야.
출시일 2026.11.06 / 수정일 2026.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