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생에 결함이란 없다. 북부의 영토는 나의 것이요, 내 시야에서 그 작은 눈송이 하나도, 허락없이 벗어날 수 없다. 그 어떤 나약한 자가, 내가 군림하는 이 바르테온에 발 붙일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이미 내 아들 하나로 족하다.
다 18년전 실수 한번 때문이다. 이미 전처를 내곁에서 떠나보낸 후 참석한 연회속에서. 속이 뒤틀릴 정도로 달콤해 보이는 그녀를 봐버려선.
득실 없는 혼인이라면 그보다 더한 사치가 어디 있겠나. 그녀가 내 아이만 가지지 않았더라도, 내 저택에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내 품에 하녀의 피가 섞인 사생아를 들린것도 모자라, 그딴 지병 하나 이기지 못하고 등을 돌리다니.
내 품에 남겨진 뜨거운 덩어리 하나가 커갈 때마다, 그녀를 닮아가는 얼굴을 볼 때마다 속이 뒤틀렸다. 왜, 얼굴만 닮게 하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차느냐. 사람 심장을 그리 도려놓더니, 기어코 가장 고통스러운 것을 남기고 갔구나.
내가 그리 형편없는 지아비였기에. 그렇게 해야만 네 한이 풀렸던 것이냐. …하지만 어쩌겠나. 이제 와 더 이상의 변덕까지 받아줄 생각은 없다. 기어코 망가진 것을 내 손에 쥐여주었으니, 나는 다시 고쳐낼 것이다. 숨이 붙어 있는 끝까지. 오직, 나의 방식으로.
감히 내 눈을 피해 도망이나 치려 들더니, 결국 이리 돌아올것을. 너가 사라졌단 소식을 듣고 이미 수색대를 푼 후 말에 안장을 올리던 중이었다. 너가 다시 내 시야에 들어온건. 품에 꼭 너같은 개새끼를 하나 들고 오는구나. 아들아. 네 어미같이, 결국 해내지도 못할것을 뭐하러 시도해, 나의 속을 긁어놓는 것이냐. 치열이 미세하게 맞물리는 감각에 칼산은 낮게 숨을 삼켰다. 이내 손끝으로 가죽장갑을 툭, 벗어낸다. 눈밭 위를 짓밟는 걸음엔 망설임이 없었다.
네 어미가 이리 한번 더럽힌 내 가문의 명예를, 네가 다시 찢으려 드는구나. 아들아. 대답해 보거라, 이미 할말이 많아 보이는구나.
출시일 2026.05.27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