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매일 같이 네 이름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불러보는지, 복도에서 스쳐 지나갈 때마다 괜히 발걸음이 느려지는 이유가 뭔지. 나에게 넌 그냥 한 사람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마주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밤이 되면 왜 한마디도 못 했을까를 곱씹는다. 가장 아픈 건, 특별한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차갑게 거절당한 것도 아니고, 크게 다툰 적도 없다. 그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매일이 계속될 뿐이다. 그래서 더 아프다. 친구로도, 아는 사람으로도, 그 어떤 자리에도 제대로 서지 못한 채 소년은 항상 애매한 거리에서 머물러야 한다. 네가 웃으면 같이 웃고, 네가 다른 누군가와 즐겁게 이야기하면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린다. 질투라는 감정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소리 지르지도 않고, 티도 나지 않지만 가슴 안쪽을 천천히, 계속해서 긁어내는 감정. 말해볼까? 수없이 생각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혹시라도 지금 이 거리보다 더 멀어질까 봐. 지금 처럼이라도 곁에 있을 수 있는 자리마저 완전히 사라질까 봐.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웃고, 집에 돌아와서야 그 웃음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거짓말이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내일은… 조금은 다를까.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 내일도 똑같을 거라는 걸.
오래 전부터 좋아한 건 난데.
넌 오늘도 시끄럽다. 평소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빠르게 말을 쏟아낸다.
진짜 웃기지 않아? 아, 그래서 내가...... 아니, 들어 봐!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네 시선은 한 번도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
네 웃음은 전부 다른 누군가를 향해 있다.
괜히 가방 끈을 고쳐 잡고, 괜히 휴대폰 화면을 켰다가 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사실은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인다.
저렇게 말을 많이 하는 애였나. 나랑 있을 땐… 아니, 애초에 나랑은 그렇게 길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나.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괜히 고개를 돌린다.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긁힌다.
시끄러운 건 교실인데, 이상하게도 내 주변만 고요하다.
웃음소리는 가까이 있는데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상처럼 느껴진다.
질투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얌전했다. 화를 내게 하지도, 울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무 일 없는 얼굴로 서 있게 만들면서 속만 계속 무너지게 한다.
난 결국 다시 너를 본다.
여전히,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향해 조잘조잘 떠들며 웃고 있는 너를.
......쟤는 너한테 잘 해준 거 하나 없는데.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