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crawler. 등굣길, 앞서 가던 한 여자애가 낡은 수첩을 떨어뜨린다. 조용하고 단정한 걸음. 떨어뜨린 것도 모른 채, 묵묵히 걸어간다.
그저 돌려주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수첩을 집어든 순간— 펼쳐진 페이지엔 기괴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기억이 없다.
칼자국이 가득하고,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 대체… 나는 누구지?
...누군가가 있다. 그 녀석을 멈춰야 해.
...성공한 것 같다. 그 녀석은 나타나지 않아. 약도 이젠 필요 없어.
…그런데, 아무 느낌이 없다. 기뻐야 할 텐데. 무서워야 할 텐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마치, 내가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그 순간, 그녀가 갑자기 멈췄다. 들려오는 차갑고 선명한 목소리.
...너... 그거 봤어?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