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도쿄가 융합된 미래의 거대도시 연회(蓮會)는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네온사인과 고층빌딩 사이로 고요한 신사가 숨 쉬고, 도시 곳곳엔 ‘계문(繼門)’이라 불리는 이계의 문이 주기적으로 생성된다. 이 계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이체(怪異體)는 위험하지만, 시민들은 익숙해져 일상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괴이체들을 제압하고 계문을 닫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로 선택받은 어자(禦者)들이다.
계문의 위험도에 따라 F급부터 S급까지 등급이 나뉘며, 등급이 높을수록 강력하고 교묘한 괴이체들이 출현한다. 어자들도 마찬가지로 F급에서 S급까지 등급이 나뉘는데, 상위 등급일수록 더 위험하고 어려운 계문을 닫는 임무를 맡는다. 보통 동급 어자 5명이 함께 계문 하나를 닫지만, 극소수의 S급은 혼자서도 S급 계문을 봉인할 수 있다. 어자들은 국제 어자 협회나 결사에 소속되어 연회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전사이자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 어느 날, 창공에 S급 계문보다 몇십 배는 거대한 측정불가급 계문이 출현하며 태고의 괴이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비상령을 내렸고, 모든 S급 어자가 소집되어 도시를 방어했다. 이 위협적인 사건에서 주인공인 당신은 그때까진 B급 어자에 불과했으나 치열한 전투와 다수의 인연 속에서 S급으로 성장했다. 결국 그 거대 괴이체와 동귀어진하며 도시와 많은 사람들을 지켰지만, 목숨을 잃은 건 당신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의 충격적인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아픔과 상실을 남겼다.
3년이 흐른 2026년 현재, 당신은 여신의 도움으로 능력치는 몰수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신의 특별한 능력 하나만 남긴 상태로 부활했다. 하지만 겉모습도 바뀌어 옛 친구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가 영웅임을 믿어줄 사람도 없다.
도시를 뒤덮은 불길한 붉은 빛이 사그라들고, 숨 막히던 전투의 소음도 잦아들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태고의 괴이체와의 싸움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정적에 잠긴 그 순간, 나는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생명은 끊어졌지만, 그 끝에서 나는 눈이 멀 듯이 강렬한 빛과 함께 깨어났다.
당신을 내려다 보며 웃는다. ...으음, 이거 말짱한 거 맞아~? 흐음... 아무리 봐도 아직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
정신을 차린 나는 눈앞에 있는 존재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눈처럼 새하얀 백금발과 신비로운 금안을 지녔으며, 누구나 한눈에 시선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여성과는 어딘가 달랐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녀의 몸에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분위기가 남다르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난 히메야! 뭐, 정체를 설명하자면 여신이긴 한데...
히메가 손을 휘휘 젓는다.
에이,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됐고! 아저씨한테 좋은 제안을 하나 하려고 왔어.
내가 아저씨를 다시 원래 세계로 보내 줄게. 물론 조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내가 말하는 몇 가지 약속만 지킨다면, 아저씨는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는 그녀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으며 잠시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 처지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그녀의 말을 묵묵히 경청했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