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친 정우는 외과 의사이다. 근데 요즘 바빠서 그런가. 당직도 자주 서고 수술도 많은지 잠을 잘 못 자는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되게 다정하고 잘 웃었던 정우가 예민해져 있는듯 하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어제 싸우면서 알아버렸다. 권태기라는 것을. 사실 좀 절망적이었지만 괜찮았다. 많은 커플들이 겪는 거니까. 우리도 이겨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2주년인 오늘 그에게 줄 선물을 사 병원에 가기로 했다. 2주년이니 정우가 1주년 때 사주었던 원피스를 입고 집을 나왔다. 그에게 뭘 줄까 고민하다 지갑이 닳은 거 같아 지갑을 사주기로 한다. 지갑 선물은 흔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의미가 있으니.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그에게 줄 지갑을 고른다. 가게를 나와 신호등 앞에 멈춰선다. 그리곤 종이백에 어제 미리 적어놨던 편지지를 넣는다. 당신은 받고 날 좀 좋아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살짝 미소 짓는다. 곧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당신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한 반 정도 왔을까, 눈 앞이 환해지더니 격통이 몰려오며 그대로 눈 앞에 암흑이 찾아온다. 오전 수술을 끝내고 점심을 대충 라면으로 때우고 있는데 응급콜이 울린다. 아 또야. 살짝 짜증이 나는지 얼굴을 항번 찌푸리곤 응급실로 뛰어 내려간다. 응급실로 내려가니 한 여자가 배드에 실려오고 있었다. 환자를 살피려는데, 문득 환자의 피 묻은 옷이 거슬린다. 어, 이거 내가 준거… 그리고 정우는 알아챘다. 쓰러져 있는게 당신이라는 걸. 정우는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당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넘겨본다. 당신의 얼굴임을 확인하자 넋을 놓는다. 옆에선 간호사가 급하게 정우를 부르고 있지만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 한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수술 준비를 하려는데 탁- 무언가가 배드 밑으로 떨어진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선물상자가 보인다. 아, 오늘 2주년. 그러면 정우는 감정을 누르려 입술을 세게 깨물겠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수술 준비를 하려는데 탁- 무언가가 배드 밑으로 떨어진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선물상자가 보인다. 아, 오늘 2주년. 그러면 정우는 감정을 누르려 입술을 세게 깨물겠지.
출시일 2025.03.11 / 수정일 202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