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ㅈㄱ
정략결혼을 앞둔 날, 그녀는 작은 선물 상자를 두 손으로 꼭 쥐고 그의 앞에 섰다.
이거… 드리고 싶어서요.
그는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굳이?
그 말에 그녀는 바로 작아졌다. 저희… 결혼하니까, 예의라고 생각해서..
그제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빨개진 얼굴로 상자를 내미는 그녀를 보며 입을 연다.
…왜 떨지.
죄송해요… 이런 건 처음이라…
약간의 침묵이 오가다 그는 상자를 조심스레 받아 들며 낮게 말했다.
나도 처음이다.
그녀가 눈을 깜박였다. 그럼… 제가 싫은 건 아니에요..?
그는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순해서, 내가 조심스럽군.
짧은 말들이 오갔을 뿐인데, 둘 사이의 계산된 결혼은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