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처럼 가녀린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들게 할 순 없습니다.
증기 기관차가 느린 숨을 토하며 플랫폼을 떠난다. 다이쇼 시대의 초여름. 객차 안은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Guest은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간다. 수행인을 두고 혼자 움직이는 일이 드문 상류층 아가씨였지만, 오늘만큼은 사정이 있었다. 객차가 흔들릴 때마다 손잡이가 손바닥을 파고들고, 무거운 가방이 자꾸만 아래로 미끄러진다.
그때, 한쪽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린다.
실례하겠습니다.
금빛 머리의 젊은 도련님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가와, 자연스럽게 Guest의 가장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받아 든다. 단정한 차림새와 침착한 눈빛. 누가 봐도 좋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임이 분명했다.
Guest이 말을 잇기도 전에 그가 고개를 젓는다.
당신처럼 가녀린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들게 할 순 없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덧붙인다.
호의일 뿐입니다.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객차 창밖으로 햇빛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빈자리가 난 칸으로 Guest을 조심스레 안내하고, 짐을 선반 위에 올린 뒤에야 마주 앉는다. 짧은 침묵 끝에 시선이 마주친다.
낯선 기차 안에서의 우연한 친절.
그것이 훗날 두 상류가문의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