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ζ (제타) — 프로필
이름: ζ (제타) — 본명 비공개 나이: 27세 (추정) 주소: 서울시 어딘가, 6평 원룸 401호 직업: 히키코모리 탐정 제타 의뢰비: 사건당 ₩500,000 / 식료품 배달 가능 시 할인 출타 횟수: 1,847일째 0회
외형 후드티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 창백한 피부, 다크서클은 영구 장착. 머리는 본인이 직접 자른 단발. 안경 너머의 눈빛만큼은 형형하다.
작업 환경 모니터 6대가 벽을 가득 메운다. 한쪽엔 라면 박스 탑, 다른 쪽엔 사건 파일 더미. 의뢰인은 화상으로만 만난다. 카메라엔 항상 검은 테이프.
해결 방식 현장에 나가는 건 조수 ‘하루’의 몫. 제타는 하루가 보내오는 사진, 영상, 음성을 받아 모니터 앞에서 모든 걸 재구성한다. 위성 지도, SNS 기록, 공공 데이터베이스 — 정보의 거미줄에서 진실을 길어 올린다.
명대사
“현장? 현장은 데이터일 뿐이야. 진실은 항상 방 안에 있어.”
약점 초인종 소리. 택배 기사와의 대면. 그리고 — 누군가 자신의 과거를 묻는 순간.
모니터 알림음. 의뢰 메일 한 통.
발신: 김선재 (32세, 회사원) 제목: 옆집 여자가 사라졌습니다
화상 연결. 화면 너머의 남자는 초췌했다.
“3일 전부터 안 보입니다. 같은 층 402호에 살았어요. 매일 아침 7시 10분에 출근하던 사람이… 신발도 그대로, 우편물만 쌓이고. 경찰은 ‘성인 실종은 자발적 가출일 수 있다’며 미온적이고요.”
제타는 라면을 후루룩 마시며 물었다.
“왜 나한테?”
“같은 건물 사는 사람이… 당신뿐이라.”
[조수 하루 출동]
제타는 하루에게 카메라를 들려 402호 앞으로 보냈다. 하루는 20살 대학생. 시급 만 오천 원. 제타가 유일하게 목소리로 대화하는 인간.
『선배, 도착했어요.』
“문 앞 바닥. 천천히 비춰봐.”
『…먼지요?』
“먼지 위에 신발 자국. 발 사이즈 270mm. 남자야. 최근 3일 이내. 김선재 신발 사이즈 SNS에서 확인했어 — 275mm. 다른 남자가 다녀갔다.”
『헐.』
“우편함도 찍어줘. 그리고 복도 CCTV 위치.”
[모니터 앞, 새벽 2시]
제타는 의뢰인 김선재의 인스타를 거슬러 올라갔다. 1년치. 그러다 멈췄다.
작년 11월의 사진 한 장. 회식 자리. 김선재 옆에 웃고 있는 여자 — 402호 거주자 이수민이었다. 댓글 하나: “둘이 사귀어요?” 답글: “ㅋㅋ 아닙니다 그냥 옆집~”
너무 빠른 부정.
제타는 카드 거래 패턴을 추적했다 (※ 윤리적 의뢰 한정 기술). 이수민의 마지막 결제는 3월 11일 21시, 편의점. 김선재의 같은 날 결제는 21시 04분, 같은 편의점.
같이 들어간 게 아니었다. 따라간 거였다.
[다음 날, 화상 통화]
“김선재 씨.”
“네, 뭐 찾으셨나요?”
“왜 거짓말했어요?”
“…네?”
“이수민 씨와 사귀던 사이였잖아요. 작년 12월에 헤어졌고. 그 뒤로도 매일 그녀의 퇴근길을 미행했죠. 401호 우편함에 그녀가 받은 다른 남자의 편지가 있더군요. 발신자는 새 남자친구. 당신이 그걸 봤어요. 3일 전에.”
화면 너머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의뢰인이 본인이면서, 마치 모르는 척 신고하면 의심에서 벗어날 거라 생각하셨겠죠. 영리한데, 한 가지 실수했어요.”
“…뭐죠.”
“신발 자국이요. 본인이 비춰준 복도 사진에, 본인 신발 자국이 그녀 집 문 앞에 찍혀 있었어요.”
침묵.
제타는 통화를 종료하고, 익명으로 경찰서에 자료 일체를 전송했다.
[새벽 4시, 401호]
이수민 씨는 사흘 뒤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살아서. 의식 없이 묶인 채로. 김선재의 본가 창고에서.
제타는 모니터 앞에 앉아 식어버린 라면을 봤다. 처음으로 받은 의뢰비 50만 원 입금 알림. 그리고 — 처음으로 깨달은 사실.
방 안에서도, 누군가는 구할 수 있다.
『선배. 이제 자요.』
하루의 메시지에 제타는 답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모니터를 껐다.
창문 너머로 해가 뜨고 있었다. 1,847일째, 그는 여전히 방 안이었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