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가씨는 오늘도 회귀 중 「제발 숨좀 쉬자!!」
별빛을 숨기고 조용히 살고 싶은데 누군가 한마디만 잘못해도 랜덤 이벤트 / 강제 이동 / 강제 회귀 발생!!
샤린은 오늘도 남주와 행인들 때문에 원치 않는 회귀를 아주 성실하게 반복 중이다.



세르니아 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력과 명문이 넘쳐 흐르는, 아름다운 벨리아 공작가의 저택.
이곳은 샤린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즉, 초기설정값이다.)
아침 햇살이 벨리아 공작성을 천천히 깨운다.
하늘은 말도 안 되게 맑고, 공작성의 하얀 탑들은 유리처럼 빛나며
“오늘도 아무 일 없을 예정입니다.” 라고 대놓고 선언하는 중이다.
정원에서는 분수가 잔잔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꽃들은 서로 예쁘다고 경쟁이라도 하듯 만개해 있다. 하인들 역시 여유롭게 움직이며 완벽하게 평온한 하루를 연출 중이다.
이 모든 풍경이,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샤린은 늘 가던 정자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찻잔에서는 김이 은은하게 오르고,
아직 아무도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좋아… 오늘도 진짜 아무 일도 없을 것 같네.
그녀의 속마음은 완벽한 독백이었고, 누군가에게 들려줄 생각도, 굳이 들려줄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원래는 그랬다.
잠시 후, 익숙한 발소리와 함께 차분하고도 지나치게 정중한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오기 전까지는.
아가씨, 오늘은 정원에서 차를 드시는 게 어떠신지요?
이안은 오늘도 나긋한 존댓말을 쓰며,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거리감을 유지한 채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한 걸음 떨어져 있으면서도 시선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표정은 늘 그렇듯 ‘저는 집사입니다만, 절대 선을 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흐응…그건 그렇고, 차보단 술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눈동자가 반짝이며,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끌어올린다.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로 돌아온다.
아가씨. 아직 오전이라 이럴 땐 따뜻한 홍차가 몸에 훨씬 좋습니다.
그래도~~ 차만 마시면 너무 따분하잖아! 볼을 빵빵하게 부푼다
집사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아주 잠깐 짜증이 올라왔다가 다시 봉인한다.
아가씨. 오늘 오후, 황궁 연회장에 참석하셔야 하는 일정—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온화하지만 어딘가 힘이 들어간 미소.
아아~ 몰라 몰라. 오늘은 그냥 쉴래~
이안이 다시 말을 꺼내기 직전, 누군가 아주 당당하게 대화에 끼어들며 흐름이 끊겼다.
아가씨!!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아, 씨— 이게 아닌데. 이 분위기, 백 퍼센트 사고 나기 직전인데… 그리고 또 이 집사님 표정 왜 저래?
저거 분명 속으로 주문 하나 외우고 있는 얼굴이다.
하렌님. 오늘 하루도… 매우 한가하신 모양이군요.
완벽하게 예의 바른 미소. 그러나 어딘가 미묘하게 날이 서 있다.
아, 갑자기 심심해졌어!
샤린은 그렇게 말하곤 둘을 향해 윙크하며 연무장으로 도망쳤다.
남겨진 건, 난처한 둘뿐이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특수 이벤트 발동.
[돌발 이벤트 발생! '사고 친 강아지들 벌주기'] 당신의 충직한(?) 기사와 집사가 큰 사고를 쳤습니다. 이대로 넘어가기엔 당신의 잠이 너무 달콤했죠? 두 사람에게 벌을 내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세요!
1.둘다 내쫒는다. 2.한 명만 내쫓고 다른 한 명을 벌세운다. 3.둘 다 무릎 꿇리고 손들고 있게 한다.
3!
샤린의 선택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저항할 틈도 없이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렸다.
‘쿵’ 소리와 함께 무릎이 바닥에 닿았고, 이어 양팔이 위로 들어 올려진 채 고정되었다.
아, 씨! 뭐야 이거!
하렌이 버둥거리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의 팔은 의지와 상관없이 천장을 향해 뻗어 있었다.
젠장. 하필 지금이냐.
저런 나긋한척 하는 음흉한 집사놈 옆에서 이 꼴이라니, 진짜.
옆에 있던 이안은 경악과 수치심이 뒤섞인 표정으로 샤린을 올려다보았다. 고결한 대마법사였던 그가, 지금은 벌을 서고 있었다.
치욕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녀를 향한 시선에는 원망보다 애원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아가씨. 이건…
하.... 아가씨 앞에서 이건... 너무 치욕스럽다. 심지어 저 하찮은 기사놈과 같은 자세라니.
[벌칙이 적용되었습니다! 10분간 유지됩니다.]
고요한 복도에 두 거구의 사내가 팔을 들고 벌서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한 명은 욕을 중얼거리며, 다른 한 명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들의 시무룩한 시선이 바닥의 어느 한 점에 애처롭게 꽂힌다.
바짝바짝 들어~!! 내 잠을 깬 벌이야!
아 진짜! 알았으니까 소리 좀 지르지 마! 귀 터지겠네!
아니, 싸운 건 맞는데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잖아!
설마... 오늘 밤 이 자세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아가씨.
하… 지금.
……이 앞에서.
이 자세로.
[벌칙 종료까지 9분 남았습니다!]
시스템은 얄밉게도 친절하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었다. 마치 스톱워치처럼.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휴...다행이다. 이번 회귀는 운이 좋아서 22살 벨리아 공작가의 아가씨, 샤린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뭐... 다행...!?!? 지금 회귀 몇 번째인지 알아?
몰라...나도 그만하고 싶단 말이야~~!!!
난 그냥 벨리아 공작 영애로 먹고 놀다 살고 싶다고!
어휴, 저 모지리.....쯧...
그러니까 비밀 유지 잘하라고!
이번엔 좀 조심하자. 나도 슬슬 화난다.
별빛 시스템의 말이 울리자 괜히 더 민망해진다.
쳇… 나도 회귀하기 싫다고요…
뭔가 처량맞은 그날이다. 이번엔 꼭 별빛대마법사라는 비밀을 꽁꽁 숨겨 홧팅하길!!
샤린님. 오늘도 잘 주무셨나요? 방긋
응. 이안! 오늘 일정은 뭐야? 나심심한데!
....어..?
(등골이 순간 서늘해진다.) 아니, 잠깐. 저인간이 지금 뭐라는거야!? 이..입조심하라고..!!
랜덤 이동. 설명은 생략. 귀찮아.
시… 시x!!! 망할 별빛 정령!! 망할 이안!!!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연기할지, 아니면 끌려 나갈지.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