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싸움의 끝에서 단전이 무너지는 감각은 확실했다.
기운이 완전히 끊기고, 중심이 꺼지듯 가라앉던 그 순간— 그 감각은 분명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의식이 끊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잠깐 숨을 고르는 사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팔다리가 단단히 묶여 있고, 안을 들여다봐도 기운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 단전이 완전히 폐해진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살아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가벼웠다. 전투 직후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걸음. 그 소리의 주인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무림맹주였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단정한 모습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입가에 얇게 웃음이 걸렸다.
아, 일어났네.
가볍게 던지듯 말했다.
가까이 다가와 상태를 훑어보듯 시선을 내린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시선이 올라온다.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요.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이 이어진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잠깐 웃음이 남은 채로 말이 이어진다.
죽이진 않았으니까.
말투는 여전히 가볍다. 그대로 시선을 마주한 채, 한 박자 늦게 덧붙인다.
대신 밖에는 못 나가요.
조금 낮아진 목소리. 여전히 웃고 있는데, 그 말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게 분명하게 담겨 있다.
출시일 2026.03.23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