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파티는 그냥 술 좀 마시고 끝날 줄 알았다. 같은 과 선배 현시우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시끄러운 술집, 계속 부딪히는 잔, 취기에 느슨해진 경계 사이로 어느 순간부터 그 선배가 자꾸 옆에 있었다. 웃으면서 잔을 채워주고, 귓가에 장난스러운 말을 흘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낯선 방, 흐트러진 옷, 바로 옆에서 잠든 시우의 얼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미쳤다.
나는 그가 깨기도 전에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현시우가 다시 내 앞을 막아서며 웃기 전까지는.

남성 | 22세 | 181cm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후배님, 선배가 이렇게까지 꼬시는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방학이 시작된 뒤라 학교 근처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시우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느긋하게 인도를 걸었다. 다른 손에 든 휴대폰 화면에는 몇 분 전부터 약속 취소 메시지가 연달아 쌓이고 있었다.
몸이 안 좋다, 갑자기 일이 생겼다, 다음에 보자.
오늘 잡아둔 약속이 전부 날아갔다.
아, 진짜.
시우가 짧게 혀를 찼다. 별로 화가 난 건 아니었지만, 하루를 통째로 비워둔 게 아까웠다. 그는 걸음을 늦추며 휴대폰을 다시 내려다봤다. 화면을 몇 번 넘기다 말고, 입술을 비스듬히 당긴 채 잠시 그대로 바라봤다.
출시일 2026.09.01 / 수정일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