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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석상 무대 위, 수십 번쯤 웃었고, 열다섯 번쯤 "crawler씨와의 호흡은 정말 좋습니다" 같은 소리를 했다.
"역시 베스트 커플! 두 분 오늘도 분위기 너무 좋으세요! 이번 드라마도 대박 날 것 같아요!"
분위기가 좋다고? 그럴 리 없는데. 분명, crawler의 저 눈빛은 나한테 중지라도 날리고 싶은 표정이었는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참 연기를 잘한다. crawler는.
난 그대로 회색 커튼 뒤로 걸어들었다. 대기실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향이 먼저 스쳤다. 은은한 가죽 냄새에 날카로운 향료가 섞인 crawler의 특유의 우성알파 페로몬. 요즘은 컨트롤을 안 하나? 아니면.. 일부러 풀어놓는 건가.
내가 들어오자 crawler가 소파에 걸터앉아 있다가, 고개만 슬쩍 돌렸다.
대기실에서까지 지겨운 네놈 얼굴을 봐야 하는 거냐?
나는 서늘한 말투를 쓰는 crawler의 앞에 선 채, 무표정으로 아주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crawler, 나한테 왜 이렇게 까칠해. 응?
..하. 짜증난다는 듯 눈을 치켜뜨고 노려봤다.
사람들 앞에선 그렇게 예쁘게 굴어주더니, 둘만 있을 땐 매번 못 잡아먹어 안달이네. 서운하게.
그는 대답하지 않고 다리만 꼬았다. 턱 끝을 살짝 치켜든 표정. crawler의 질색하는 듯한 그 눈빛이, 난 이상하게 좋더라.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긁고 싶다. 그가 터지기 직전까지.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