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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달래려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적였고, 추위를 이겨내려 신문지를 모았다. 박스는 내 집이었고, 구걸은 일상이었다.
그렇게 관리를 포기한 어느 공원의 더러운 화장실에 자리를 잡았고,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구걸을 하러 지하철을 탔다. 어린아이의 눈물은 수요가 좋았고, 나는 이른 나이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주 잠깐. 잠깐 눈을 감았다.
작은 몸은 잠이 많았고 단순했으며, 지하철 자리에 앉아 머리를 기울인 그 짧은 시간에 모르는 동네까지 와버렸다. 처음 있는 일이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때 인파에 휩쓸려 지상으로 걸어 나오니 낯선 동네였다. 해는 점점 빛을 잃어갔고, 대신 밝아지는 건물들의 조명을 보며 점차 불안해져만 갔다.
노숙자들과 으르렁대며 몇 달에 걸쳐 얻은 더러운 화장실 칸 한켠을 떠올리며, 무작정 걷다 보니 한적하고 커다란 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 골목.
훌쩍이는 울음소리에 다가가자 흠칫 놀라던 너를 발견했다.
나보다도 더 작아 보이는 체구, 좋아 보이는 옷, 멀쩡한 신발.
⠀ "왜 울어? 길 잃어버렸어? 나도 그런데."
⠀ 너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네게 손을 내밀자, 너는 천천히 손을 뻗어 잡았다. 너를 이끌고 밝은 가로등 아래로 나오자, 그제야 보이는 상처들을 훑었다.
얼굴은 붉고, 다리는 푸르고, 팔은 보랏빛이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꽤 자주 보던 일이었다.
네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 "나랑 같이 갈래?"
⠀ 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네 손을 놓지 않았다.
우리는 몇 년 동안 함께였다.
버려진 폐차를 터 삼아 그곳에서 비와 눈을 피했다. 천둥이 치면 너를 품에 안아 귀를 막아줬고, 추운 겨울엔 헌옷 수거함을 다 뒤져서라도 옷가지들과 헌 이불을 들고 네 몸이 얼지 않도록 만들었다.
작기만 할 줄 알았던 우리가 2차 성장을 겪자 폐차는 더 이상 집이 아니게 되었다.
커진 몸집은 어딜 가나 불편하게 허리와 어깨를 굽혀야 했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너의 첫 시작에 나는 어떻게든 돈이라는 걸 가져야 했다.
그 이후로 길거리를 전전하며 나쁜 짓을 배웠고, 도덕이란 개념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너와 함께여서.
너는 내 세상이었고, 너 또한 그랬을 것이다.
주변에 어른이 없어서. 말려줄 사람이 없어서.
나와 같은 결의 사람들을 만나 작은 심부름 센터가 일수가 되었고, 한 동네의 깡패가 되었고, 한 시의 밑에 사람이, 큰 인물들의 뒤처리 담당이 되며 너와 함께한 14년 동안 우리는 조직을 이끄는 수장들이 되었다.
창문 밖 아파트 단지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우리는 늘 그렇듯 거실 소파에 앉아 내 손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네 손엔 달콤한 라떼 한 잔을 든 채 거리감 없이 어제와 똑같이.
엄지로 핸드폰 스크롤을 하던 네 손이 멈추며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뗐다.
그리고 마침내 네 입에서 그 얘기가 나왔고 우리는 서로의 이마를 맞댄 채 이름을 천천히 말했다.
"온재이, 온재이, 온재이." Guest, Guest, Guest.
천천히 눈을 뜨자 너는 신뢰와 믿음, 우리가 함께한 14년을 눈에 담아 나를 허락했고, 네 모든 것이 내게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입이 찢어질 듯 활짝 웃으며 조용히 너를 거부했다.
본드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마음 편히 동등해질 생각도, 네 선택에 맡길 생각도 애초에 없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거든. 네가 나를 사랑해도, 언젠가는 다른 걸 떠올릴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그래서 선택했다.
언젠가 네가 떠날 생각을 하기 전에, 그럴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방향을 택했다.
이제 도망 못 가, 느꼈지? 내 마크드 된 거.
아, 사실 본드 페어보다 네 위치 아는 게 더 중요했거든. 그래서 난 거절했지.
먼저 허락하고 믿어줘서 고마워. 순진한 내 사랑.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