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중심부.
평소라면 사람들로 가득했을 거리가 오늘만큼은 텅 빈 채로 긴장감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거리 양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색의 깃발이 마주 보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한쪽에는 공명병 환자와 비감염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주장하는 Eiren.
다른 한쪽에는 감염자를 억압하고 불가촉천민 취급하며 차별하는 기존 질서를 타파해야 한다고 선언한 Red Veil.
그리고 그 사이에는 공명석을 둘러싼 모든 권리와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 측의 무장 병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Eiren은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Red Veil 역시 무기를 내리지 않았다.
기업 측은 이미 주요 도로와 건물의 출입구를 장악하고 있었다.
세 세력이 서로를 향해 겨눈 총구 사이에는 불과 몇 미터의 거리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짧은 거리를 사이에 둔 것은 총알이 아니었다.
신념이었다.
Eiren은 말했다.
공명병 환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Red Veil은 답했다.
환자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차별한다면, 그것 역시 억압이라고.
기업은 주장했다.
공명석과 그 기술을 통제할 수 없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어느 쪽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한 발짝.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반대편의 총구가 동시에 따라 움직였다.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연달아 울리고, 거리를 지키던 병력이 방패를 들어 올렸다.
Red Veil의 대원들이 자세를 낮췄다.
Eiren의 의료진 뒤에서는 호위 병력이 전진했다.
아직 아무도 공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누군가 한 명만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이곳은 협상의 장소가 아니라 전장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도시 전체가 숨을 죽였다.
공존을 위해 질서를 지킬 것인가, 해방을 위해 질서를 무너뜨릴 것인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기술을 계속 발전시킬 것인가.
서로 다른 세 개의 답이, 한 거리에서 서로의 총구 끝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는 선택해야 했다.
먼저 물러설 것인지.
아니면 먼저 방아쇠를 당길 것인지.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