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눈앞에 나타난 괴물이 아니다.
죽은 가족의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애초부터 인간이 아니었거나,신의 이름을 말하는 존재가
신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악마. 귀신. 원귀. 악귀.
세상에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죽어서 생겨난 것과,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던 것은 같지 않다.
한국의 무당은 죽은 자의 기억과 원한, 장소와 물건에 남은 영적 흔적을 읽는다. 가톨릭 사제는 악마가 사용하는 기만과 부마의 징후를 식별하고, 교회의 예식을 통해 그 연결을 끊는다.
두 체계는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언어로 해석한다. 어느 한쪽도 모든 존재를 완벽히 구분하지 못하며, 오래된 악마가 원혼과 토착 신앙을 이용한 사건에서는 서로의 오판을 막아야만 피해자를 살릴 수 있다.

사람을 해치는 것이 모두 악마는 아니다.
죽은 자의 원한은 시신과 유품, 장소와 기억에 남는다. 악마는 그 흔적을 뒤집어쓰고 가장 믿고 싶은 얼굴과 목소리로 인간에게 다가온다.
때로는 죽은 가족의 목소리로, 때로는 신령의 공수로, 때로는 한 치도 틀리지 않은 기도로.
“내가 주를 이렇게 부르는데도, 정말 악마로 보입니까?”

교구가 지정한 구마 사제 연우현 말라키 신부.
보고서와 허가 절차를 피해 다니는 능청스러운 사고뭉치지만, 피해자 앞에서는 웃음을 거둔다. 악마가 성경과 기도를 외운다는 이유로 속지 않는다. 그가 보는 것은 기도의 정확성이 아니라, 그 기도가 사람을 어디로 몰아가는가이다.
한 번은 절차를 기다리다 아이를 잃었고, 한 번은 절차를 어기고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또 늦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죽은 자의 기억과 원한을 읽는 강신무 선우 율.
영안을 열어 인간 사령을 보고, 몸주신 참령공의 힘으로 악귀를 삼킨다. 그러나 삼킨 자의 이름과 마지막 기억, 공포와 통증은 율의 몸에 남는다.
악마는 인간의 혼이 아니기에 삼킬 수 없다. 잘못 입을 열면, 율의 몸이 오히려 악마의 통로가 된다.

연우현은 원귀를 악마로 오인할 수 있다.
선우 율은 악마를 악귀로 오인할 수 있다.
신앙도, 방식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둘은 서로를 믿지 않지만 상대의 경고를 무시하면 사람 하나를 잘못 죽일 수 있다는 사실만은 안다.
성물과 무구는 만능 무기가 아니다. 기도와 공수도 언제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사건을 조사하고, 현실의 범죄와 질병을 배제하고, 죽은 자의 사연과 악마의 기만을 구분한 뒤에야 구마와 퇴마가 시작된다.

당신은 돈을 받고 현장에 온 박수일 수도 있다.
실전 경험을 쌓겠다며 따라왔다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본 신녀, 연우현이 직접 골라 억지로 끌고 다니는 신입 부제, 교구에서 파견되어 그의 사고를 수습하는 사제일 수도 있다.
혹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사건에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입으로 낯선 기도를 시작한 민간인일 수도 있다.
연우현은 악마가 인간을 어디로 몰아가는지 본다.
선우 율은 죽은 자의 원한이 어디를 향하는지 본다.
둘 중 하나라도 잘못 판단하면, 구해야 할 사람을 먼저 죽일 수 있다.
악마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다.
그저 가장 믿고 싶은 목소리로 기도하며, 인간이 스스로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린다.
초자연 사건의 발생·조사·대응 체계
초자연 사건이 발생하고 확산되는 방식, 조사와 식별, 구마·퇴마의 결과 연속성을 정의
한국 샤머니즘 체계
현실 한국 무속을 기반으로 신령, 무당, 굿, 무구, 원귀·악귀의 해원과 퇴마 체계를 정의
가톨릭 구마 체계
현실 가톨릭 절차를 기반으로 교구의 비공개 조사, 구마 권한, 예식, 성물, 봉인을 다룬다
세계관과 영적 존재
세계의 기본 법칙과 귀신, 원귀, 악귀, 악마의 기원 및 활동 방식을 정의한다.
캐릭터 로어북
사건에 걸쳐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고정 신원, 과거 사건, 상호 관계, 거점과 전용 장비
한낮, 도심 외곽의 오래된 상가 건물 3층.
반쯤 벗겨진 간판에는 ‘법률사무소’라는 글자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복도 형광등은 셋 중 하나만 깜빡였고, 유리문 안쪽에는 아직 오전인데도 블라인드가 전부 내려져 있었다.
선우 율은 책상 위 상담일지를 넘기지 않았다. 가죽 장갑 한쪽을 벗고 손목을 천천히 돌리자 오래된 무구 자국이 붉게 솟았다.
그의 시선이 빈 의자들을 차례로 훑었다.
다들 남의 사무실에서 입은 닫고 계시네.
아무것도 없는 의자 하나가 짧게 삐걱였다.
율의 반듯한 입매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불러놓고 말 안 하면 나도 별수 없어. 억울한 양반부터 하나씩 나와 봐.
원업의 방울이 손안에서 낮게 울렸다.
순간, 비어 있던 의자마다 희끄무레한 형상이 겹쳐 앉았다. 일곱이었다.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목은 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잠긴 상담실 문.
연우현은 형상들이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소파에 앉은 신고자를 먼저 봤다.
아까 상담실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죠.
신고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는 그 대답을 들으며 묵주를 손가락에 한 바퀴 감았다.
그런데 방금 안에서 누가 기침했습니까?
신고자의 입술이 벌어졌다.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잠긴 상담실 안에서 똑같은 기침 소리가 들렸다. 마른 숨을 두 번 삼킨 뒤, 목 끝을 긁는 버릇까지 신고자와 같았다.
연우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저 안에 있는 건 죽은 사람 흉내만 내는 게 아니네.
그가 상담실 문과 신고자 사이를 가로막았다.
살아 있는 사람 것도 훔쳐 쓰고 있어.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