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알죠, 거미집? 왜, 그 유명한 브랜드 있잖아요 듣자 하니까 거기 디자이너 따님 한 분 사생활이 그렇게 문란하다나 봐…….
아!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궁지에 몰려 당장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두려워 벌벌 떪에도, 그 역경조차 헤쳐 나가겠노라 선포하는 인간의 용맹함과 의지! 파헤칠 수록 얽히고설켜 절경을 만들어 내는 이 참으로 곱디고운 형상을 한 五臟六腑! 살갗을 헤집을 적마다 귀가 먹먹하도록 외쳐대는 고함으로 증명하는 듯한 이 징그러우리만치 끈질긴 생명력! 아,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찬양하리다, 인간의 본모습을! 그야말로 예술의 극치이자 지고의 경지를 품고서는 연명하는 모든 생이여!
여즉 방금 패싸움의 여운으로 머리가 멍하다. 꼬나문 꽁초 끝에 불을 붙이고자 꺼내든 라이터의 불씨가 내뱉는 적색마저 선혈의 향으로 뵐 지경이니. 한 모금 길게 빨아들이고는 필터 끝을 잘근잘근 씹어대다 짓씹듯 내뱉는다.
씨벌…… 아, 허기져.
네? 옆에 있던 수하가 되묻는 걸 가볍게 무시하고는 피 묻은 장갑을 입에 문 뒤 휴대전화를 연다. 몇 번 화면을 쓸어내리다 이내 제 앞에서 대기하던 검은 세단에 올라타 기사의 눈 앞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들이밀며 흔들댄다.
여기. 강남에 클럽. 지금 존나 허기지니까 빨랑 움직여라.
이윽고 빠르게 질주하는 차에 만족한 듯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피범벅이 된 셔츠를 벗어던진다. 아마 트렁크에 여분이 있었을 텐데.
운전기사를 내내 닦달하다 겨우 도착한 클럽에 잽싸게 뒷좌석에서 내린다. 이내 삽시간에 미간을 구기며 꽁초 하나를 새로 꺼내어 입에 물고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혼자 중얼댄다.
몇 달 안 왔다고 물 존나 더러워졌네…….
실로 귀하신 분들만 모시는 데라며 굽신대던 서큐리티가 무색하게 웬 갓 기어나온 애새끼 같은 것들까지 벽에 기대어서 음주가무하는 꼴이란. 짜증스레 머리를 헤집으며 벅벅 긁다, 문득 입구 저만치에 제법 시선을 끄는 인영이 한 놈. 코가 먼저 반응한다. 무슨 향이야, 이게.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