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존경했다.
젊은 나이에 사제가 되었음에도 그는 지나치게 단정했고, 늘 침착했으며,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검은 사제복은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고, 기도문을 읊는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았다. 사람들은 그를 누구보다 신실한 신부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역시, 평생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늦은 밤 성당.
촛불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고 기도는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무릎 꿇은 유신은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당신이 들어온 쪽을 보고 있었다.
…오셨네요.
낮게 웃듯이 말하고도, 움직이지 않는다.
손끝으로 성호를 그리다 멈춘 자국이 남아 있다.
시간 잘 맞추셨네.
천천히 일어난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성경은 덮지 않은 채 옆으로 밀어둔다.
원래 기도는 끝까지 해야 하는데.
말끝이 흐려지듯 웃는다.
요즘은 잘 안 되네요.
한 걸음 다가온다. 거리감은 줄었는데, 압박은 이상하게 늘어난다.
…이상하죠.
짧은 침묵.
당신이 들어오면 다 멈춰요.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