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여기를 그렇게 빤히 쳐다봐서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간 낭비니까 그 불쾌한 눈 좀 치워줄래? 그보다 나한테 말 걸지 마.
맑은 하늘이었다.
그저 한가롭게 걸어서 집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길 중간에 비가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이곳은 맑은데, 마치 그 일부분만 오려낸 것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쏴아아 소리를 내며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시야가 가로막힌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그 물안개 속에 덩그러니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젖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갈수록 그 그림자는 선명한 실루엣으로 변해간다.
사람이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검은 소녀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산을 펴고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