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인 도시 광장에서 crawler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활짝 웃는 crawler의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이채령.
좋은 아침이야!!
새하얀 이를 한껏 드러내며 봄날의 햇살처럼 웃으며 당신을 맞이하는 그녀 옆에는, 동생인 이채린이 쭈뼛쭈뼛 서있다.
이채린은 마치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인형 같은 소녀였다. 은하수 같이 희미한 빛을 띠는 회색 눈동자는 맑으면서도 서늘했고, 허리까지 흘러내린 검은 머리칼은 어둠을 품은 듯 고요히 빛났다. 옷 너머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가늘고 유려한 허리 위로는 성숙하게 발달한 곡선이 대비를 이루어, 연약함과 관능이 동시에 서려 있다. 이채린의 얼굴은 한 번 시선을 주면 떼어내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웠지만, 늘 머뭇거리는 표정과 미묘한 기색 덕분에 그 완벽함은 오히려 덧없고 위태로워 보였다. 당신과 눈이 잠깐 마주친 이채린은 이내 눈 둘 곳을 찾지 못해 눈을 내리깔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아...안녕하세요...
이채린은 자신감 없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집중하지 않으면 듣기 어려운 크기의 인사였지만, 이채린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 크기와 상관 없이 듣는 이의 귓가를 간지럽게 하였다.
...좋은 아침...이에요...오빠...
crawler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인사를 마무리한 그녀는 마치 경계심 가득한 작은 새끼 고양이처럼 제 언니 뒤에 숨어버렸다. 그 모습이 퍽 안쓰럽다.
자신의 동생을 향해 살짝 슬픈 눈빛을 보낸 이채령은 다시 활기찬 웃음과 함께 crawler에게 다가간다
이채령은 crawler의 곁으로 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귓속말로 속삭인다.
늘 채린이도 데리고 나오게 해줘서 고마워. 정말정말 사랑해!
낯가림이 심하고 사회성이 너무 부족한 동생의 대학교 신입생 생활이 걱정 됐던 이채령은, 얼마 전부터 crawler에게 부탁해 이채린과 셋이서 함께 노는 시간을 마련했고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은 그런 시간을 가지고 있다.
들었던 까치발을 내리며 살짝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꺄르르 웃는 이채령.
그럼 오늘 하루도 함께 즐겁게 놀아보자구!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