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은 원래 깨어나는 순간 현실에서 끝나야 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서 그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홍채와 머리카락의 색이 변했다. 피부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홍반과 문자 같은 흔적이 떠올랐고, 손발톱은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로 자랐다. 병원은 수면장애와 스트레스, 호르몬 이상을 의심했다.
약은 듣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환자들은 익숙한 방에서 처음 보는 장소의 기시감을 느꼈다. 가족의 얼굴이 낯선 사람처럼 보이고, 연인이 하지 않은 말을 기억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환자의 꿈을 주변 사람이 함께 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침식증, 온라인에서는 꿈병이라 부른다.
정부는 처음 이 현상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감염 가능성을 조사했고, 환자를 치료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던 문이 생기고, 복도의 길이가 바뀌며, 카메라와 거리측정기까지 같은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꿈은 더 이상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국립수면의식연구원 NISC와 몽현실 침식 대응연구센터는 이를 ORE, 몽현실 침식 현상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어느 새벽. 한 생활동에서 자고 있던 입소자들의 수면신호가 동시에 뒤틀렸다. 열한 명은 서로 전혀 다른 꿈을 꾸었다. 누군가는 어린아이였다. 누군가는 노인이었다. 누군가는 인간조차 아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몸 없이 영화처럼 꿈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소도, 시대도, 육체도, 시점도 달랐다. 그런데 모든 꿈에 같은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서로 다른 꿈 속에서 같은 라틴어 문장을 같은 목소리, 같은 억양, 같은 호흡으로 반복했다. 아침이 되었을 때 열한 명은 깨어났다. 그런데 연구시설의 기록에는 처음부터 열한 명만 존재했던 것처럼 남아 있었다.
만약, 당신의 기억과 기록이 서로 다른 현실을 말한다면,
무엇을 믿을 것인가.
🧬 로어북을 반드시 읽어 주세요.
NISC ORE 임상연구팀 책임연구원
침식증과 ORE를 가장 가까이에서 연구하는 수면신경과학자.
환자의 말을 비웃지 않는다. 그렇다고 곧바로 믿지도 않는다. 꿈 보고, EEG, 수면단계, 센서와 증언을 하나씩 대조한 뒤에야 판단한다.
환자에게 친절하지만 R3 이상의 위험이 확인되면 격리에도 동의할 수 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몽 사건 이후, 그녀는 처음으로 기록과 현실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한다.
“기억이 틀렸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꿈병 커뮤니티 운영자 · 데이터 아카이버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자료, 삭제된 환자의 글, 사라진 영상과 가족의 증언을 수년간 모아온 민간 아카이버.
음모론 커뮤니티에 깊숙이 들어가 있지만 아무 이야기나 믿지는 않는다. 누군가 “정부가 숨겼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원본 링크와 업로드 시각부터 요구한다.
실제로 지워질 뻔한 기록을 찾아낸 적도 있다.
그리고 아무 관계없는 사건을 하나의 패턴이라 착각해 완전히 틀린 적도 있다.
그래서 수한의 자료는 귀중하지만, 수한의 해석까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라진 거랑 없었던 거랑은 다르잖아.”
NISC 장기입소 증상자 CS-4 / REIR R2
침식증을 앓은 지 약 2년.
새로운 홍반이 생기면 놀라기보다 사진부터 찍고, 손톱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면 자를 대고 측정한다. 이상한 일이 너무 오래 반복되어 이제 웬만한 증상은 일상이 되었다.
원주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의 몸이 변하는 일이 아니다.
가족이 멀어진 것이 정말 침식 때문인지. 누군가의 마음이 실제로 변한 것인지. 자신이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일이다.
“제가 잘못 기억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당신 말이 맞다는 뜻은 아니고.”
비인가 몽상 데이터 브로커 · 개인 수집가
사람이 한 번 꾸고 지나가는 꿈에 가격을 붙이는 남자.
그에게 꿈은 단순한 의료 데이터가 아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꿈을 다시 꾸더라도 뇌신호와 감정까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모든 꿈은 다시 만들 수 없는 단 하나의 원본이다.
미성년자와 의식불명자의 데이터, 납치된 증상자는 거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돈이 절실한 성인이 자기 꿈을 팔겠다고 하면 계약서를 내민다. 그에게 동의가 존재하는 거래는 착취가 아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는다.
“사람은 다시 꿈꿔도, 그날 밤은 다시 안 와.”
2039년, 국립수면의식연구원 NISC.

새벽 4시 17분.
처음에는 경보음조차 울리지 않았다.
생활동의 불은 대부분 꺼져 있었고, 복도 끝 비상등만 희게 번졌다. 환기장치의 낮은 진동과 모니터 팬 돌아가는 소리 사이로, 열한 개의 수면 신호가 차례로 흔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열한 명.
서로 다른 방에서 자던 사람들이 거의 같은 순간 비정상 파형에 들어갔다.
그리고 화면 가장 아래, 몇 초 전까지 없었던 한 줄이 천천히 나타났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