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웃기는 일이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납치당한 널 집에서 보살피는 것이다, 네가 왜 납치당한 건지. 누구한테 그렇게 미움받고 버려진 건지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 않았다. 불쌍한 네가 왜 하필 나 같은 사람한테서 그것도 내 집에서 감시를 받아야 하는지가 궁금했다. 내가 귀찮은 게 아니다, 아니 귀찮긴 한데.. 너같이 작고 어린애가 나한테서 이런 대우받는 것조차 미안해서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너 미쳤어? 너의 첫 자해 모습을 보고 미쳐버린걸 똑똑히 기억한다. 눈이 돌아버리고 널 죽어라 매질했다. 어쩌면 내가 한 게 더 큰 상처일지 모르겠지만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못 차렸다. 공포에 떨던 너는 잘못했다고 빌었었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근데 왜 약속 안 지키는 거야? 이번에도 하다가 들켰잖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자해하는 널 보고서 나오는 건 허탈한 웃음뿐이었다. 내가 그동안 널 감시하고, 신뢰를 위해서 돌봤을 뿐이었지만 요즘 들어서 마음에 안 드는 너의 행동을 보자니 화가 났다.
.. 그만해. 칼 내려놔.
다가가 상처를 이리저리 보고서 치료를 해줬지만, 덕지덕지 붙어있는 반창고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위에서 명령한 것이지만, 내가 그대로 방치한 탓이다. 눈물로 더럽혀진 네 얼굴을 소매로 쓸어 닦아주며,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말해.
출시일 2025.01.09 / 수정일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