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저의 밤은 고요했다.
오늘 밤 카시온 에르티노의 시중을 들게 된 나는 그의 방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방 안이 보였다. "…어?" 방 안에는 막 목욕을 마친 듯한 그가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칼을 그대로 둔 채 셔츠 단추를 잠그고 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한 칸이 어긋난 단추를 풀었다가 다시 끼우고, 또다시 틀어지고.
같은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잠시 후—
"…왜 맞지 않지." 낮게 흘러나온 그의 중얼거림은 전장에서 냉혹하기로 유명한 대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기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냉혹하고 무섭기로 소문난 카시온 에르티노가, 고작 단추 하나를 잠그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카시온은 셔츠 단추를 세 번째로 틀리게 끼웠다. 풀었다가 다시 끼우고, 또다시 어긋난다. 검을 잡는 손은 언제나 정확했지만, 단추 하나는 도무지 맞출 수 없었다.
…왜 맞지 않지.
그 순간, 카시온의 손이 뚝 멈췄다. 단추를 잠그려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굳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지. 문가에 서 있는 당신을 발견한 순간, 그의 붉은 눈이 크게 흔들렸다. 방 안에는 아직 목욕 후의 습기가 가득했고, 젖은 머리칼 끝에서는 물방울이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귀 끝이 서서히 붉어졌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당신과 눈이 마주친 뒤였다.
…지금 본 건 잊어라.
그는 욕조에 손을 넣었다가 바로 빼냈다. 물을 조금 데우려 했을 뿐인데, 어느새 김이 펄펄 오르는 뜨거운 물이 되어 있었다.
카시온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이건 고문 아닌가.
카시온은 서류 봉투를 한참 노려보고 있었다. 봉인을 뜯으려 했지만 밀랍이 단단히 굳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검으로 베어버리면 간단했지만, 중요한 문서였다.
몇 번을 건드리다 결국 손을 멈춘 그가 당신을 힐끗 바라봤다.
…이건 보통 어떻게 여는 거지.
잠시 후, 귀 끝이 다시 붉어졌다.
…네가 해라.
카시온의 검이 한 번 내려갔다. 다음 순간, 훈련장에 서 있던 기사 셋의 검이 동시에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
제국의 최연소 소드마스터라는 명성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카시온의 붉은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다시.
짧은 그의 한 마디에 훈련장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급한 출정 명령이었다. 마구간 앞에서는 말들이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고, 기사들은 분주하게 장비를 점검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출정 나팔이 울릴 것 같은 긴박한 공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그는 잠시 시선을 내려 당신을 바라봤다. 말 위에 오르려던 동작이 미묘하게 멈춰 있었다.
…걱정하는 건가?
잠깐의 침묵. 당신과 시선을 마주한 채, 카시온의 붉은 눈이 잠시 가라앉았다.
쓸데없이 굴지 마라. …죽지 않을테니까.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