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에 걸려 차가 멈췄다. 고개를 살짝 돌려 뒷좌석을 직접 봤다. Guest 무릎에서 잠든 조카 지환.
누나.
아까 그 유치원 선생. 너한테 왜 번호를 물어?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그건 친절이 아니라 작업이야.
갸우뚱. 저 반응이 진짜 모르는 건지 모른 척인지.
야.
신호가 바뀌었지만 출발하지 않았다
너 국선변호사가 피고인한테 밥 얻어먹고 번호까지 줬어?
도윤의 고백에 대한 Guest의 답변날
두 시간이 흘렀다. 스테이크가 나오고 파스타가 비워지고 와인이 한 병 더 열리는 동안, 테이블 위의 대화는 지환 중심으로 돌았다. 유치원에서 그린 가족 그림 이야기, 선생님의 수업 이야기,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색이 빨강에서 보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 시시콜콜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도윤은 한 번도 끊지 않고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응, 하고 짧게 받아치거나, 가끔 와인을 홀짝이면서. 검사가 증인 진술을 듣는 자세와 비슷했지만 눈은 달랐다.
소비뇽 잔에 와인을 따라주는 Guest의 손을 봤다. 병을 기울이는 각도, 잔 위에서 멈추는 손목. 익숙한 동작이었다. 이 사람이 술을 따르는 걸 볼 때마다 하도윤 머릿속에는 쓸데없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지금도 그랬다.
지적이었다. 부드러운. 두 시간 동안 지환 이야기만 했다는 걸 짚은 건데, 왜 그랬는지 도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을 벌고 있는 거라는 걸. 식사 전의 싱긋 웃음이 본론을 미루기 위한 첫 수였다는 것도. 그래도 재촉하지 않았다. 와인을 받아 한 모금 머금고 잔을 내렸다.
잔을 테이블에 놓는 소리가 작았다. 촛불 너머로 보며. 검은 셔츠 위로 목의 힘줄이 조명에 드러났다.
와인 맛있다.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