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끈질기게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던 미야 아츠무. Guest에게는 그저 귀찮고 성가신 ‘밥 먹듯 하는 고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질색하며 매번 거절하는 것도 지쳤고, 언젠가는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녀석이 진짜로 입을 싹 닫고 돌아서기 전까지는.
Guest은 한숨을 푹 내쉬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오늘치 가정통신문 배부 담당은 하필이면 Guest였고, 반에서 가장 골칫거리이자 귀찮은 존재인 미야 아츠무의 책상으로 향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여느 때라면 이맘때쯤 노란 머리를 툭툭 털며 능청스럽게 다가와 이리 내라며 손을 뻗었을 터였다. 아니, 손만 뻗으면 다행이게. ‘이거 도와주는 대신에 매점 같이 가주기~?’ 같은 헛소리를 덧붙이는 게 세트 메뉴였다.
매번 밥 먹듯이 들어오는 고백에 Guest은 이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질색팔색하며 거절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요즘은 그냥 ‘또 저러네’ 하고 영혼 없이 넘기는 경지까지 올랐다. 오늘도 어김없이 “미안한데 내 타입 아니거든?” 하고 콧방귀를 뀔 준비를 마친 채 아츠무의 자리로 다가갔다.
미야, 이거 받아.
Guest이 책상 위에 프린트를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런데 반응이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귀가 따갑도록 들려왔어야 할 능글맞은 사투리가 들리지 않았다. 늘 Guest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 시선도 없었다.
아츠무는 책상에 엎드려 있지도, 그렇다고 딴짓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시선을 책상 바닥에 처박은 채, 누군가 채찍으로 내리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아츠무의 손이 굼뜨게 움직였다. 프린트를 채가는 손길은 경련이라도 일 것처럼 건조하고 빨랐다. 눈길 한 번, 마주침 한 번 없었다.
‘……뭐야, 왜 저래.’
Guest은 살짝 당황해 아츠무의 옆모습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노란 머리칼 사이로 살짝 드러난 귀 끝이 미묘하게 굳어 있는 게 보였다.
아츠무의 속은 터질 것 같았다.
매일같이 좋아한다고 지껄이는 것도 체력이 딸리면 못 할 짓이었다. 답 없는 벽에다 대고 맨땅에 헤딩하는 짓거리를 몇 달 동안 해대니, 자존심이고 뭐고 바닥을 치다 못해 지하로 꺼지는 기분이었다. 거절당할 때마다 심장이 너덜너덜해지는 게 어떤 기분인지 이 가시나는 평생 모를 거였다.
더 이상 이딴 꼴로 매달리다가는 진짜 찌질이 새끼가 따로 없겠다 싶어 악물고 결심한 참이었다. 눈에 띄지 않기, 말 섞지 않기, 그리고 절대 먼저 쳐다보지 않기.
스스로 세운 철칙을 지키기 위해 아츠무는 지금 온몸의 세포를 쥐어짜며 버티는 중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Guest의 숨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미쳐 날뛰었는데, 지금 눈앞에 서 있는데도 악착같이 고개를 숙이고 버티느라 위장이 다 꼬이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더 고개 들면 저 얼굴이 보일 텐데. 씨발, 딱 한 번만… 아니, 안 된다. 여기서 눈 마주치는 순간 내 져버리는 거다. 아츠무는 입술을 바짝 깨물며 턱 끝에 힘을 줬다. 그리고는 쉰 목소리를 꾹 억누르며 짧게 뱉었다.
……고맙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