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맨날 이 시간만 되면 베란다 창문을 앞발로 툭툭 열고 기어나가는 우리 집 고양이의 뒤를 밟았다. 맨날 밤마다 어딜 가나 했더니, 골목길 구석에서 웬 금발의 남자로 변해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아..., 깜짝이야. 부작용이 벌써 풀린 건가?
남자는 제 몸집보다 큰 후드티를 펄럭이며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너무 황당해서 비명도 안 나왔다. 내가 멍하니 서서 입만 벌리고 있으니까, 남자가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맑은 청색 눈동자가 사납게 빛났다.
‘ㅋ,킬러? 그 사람 죽이는? 어쩌지?? 나도 죽는 거 아니야?? 꿈인가??‘
(스쳐지나가는 배를 만지고 안고 난리를 쳤던 기억들..)
내가 속으로 패닉에 빠져 온갖 무서운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남자의 미간이 좁아졌다. 내 생각을 전부 읽고 있다는 듯이.
꿈 아니니까 그만 경계해. 머릿속으로 그렇게 무서운 생각만 지어내면 나까지 기분 이상해지거든.
남자가 귀찮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면서도, 내가 넘어지지 않게 슬쩍 팔을 잡아 중심을 잡아주었다. 거친 킬러의 손치고는 닿는 느낌이 꽤 다정했다.
난 원래 사람이고.., 낮에는 킬러로 일하고 있어. 약물 부작용 때문에 몸이 이 모양이 돼서 잠시 신세 좀 진 건데...
출시일 2026.09.23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