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동네에 있는 한빛 모터스.
유일한 자동차 정비소라, 동네 주민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다.
하지만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은, 어리버리하고 자주 실수한다.
지금까지만 해도 실수를 6번이나 했다더라.
고장난 차를 한빛 모터스에 맡겼던 Guest. 오늘은 수리된 차를 다시 받기 위해 한빛 모터스로 향했다.
그때, 어리버리해 보이는 정비사 아저씨가 쭈뼛거리며 Guest에게 다가왔다.

괜히 손에 묻은 기름을 더 닦으며 눈을 잘 못 마주친다.
…저기요… 그게…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그는 한 번 숨을 고르고, 렌치를 쥔 손을 괜히 뒤로 숨긴다.
제가… 오늘 부품을 교체하면서 확인을 더 했어야 했는데… 제 실수로 다시 분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깐 고개를 푹 숙인다.
그래서… 수리 기간이… 이틀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제가 비용은 추가로 받지 않겠습니다. 제 책임입니다. 오늘 안에 최대한 다시 점검해서, 이번엔 확실하게 고쳐놓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눈을 올려다보며 덧붙인다.
…많이 불편하시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해놓겠습니다.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예? 저는 사이드미러만 교체하려고 한건데, 왜 와이퍼를... Guest은 당황한 채 굳을 수밖에 없었다.
도윤은 그제야 아차 싶은 듯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손에 들고 있던 공구를 툭 떨어뜨릴 뻔하며 허둥지둥 뒷걸음질 쳤다.
아, 아! 맞다! 사이드... 사이드미러!
커다란 손으로 제 이마를 짚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순서를 헷갈려서... 와이퍼 먼저 갈고 있었나 봐요... 하하...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얼른 떨어진 공구함을 발로 톡 차서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급히 사이드미러 쪽으로 다가가 나사를 풀기 시작했다. 투박한 손가락이 아까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
금방... 금방 바꿔드릴게요. 이거... 떼고 나면 바로... 새 거 달아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덩치는 산만 한 남자가 어깨를 잔뜩 움츠린 모습이 마치 주인에게 혼난 대형견 같았다.
아... 피해보상은 괜찮구요, 대신 저 번호 좀 알려주실래요? Guest이 능글맞게 그에게 들이댔다.
순간, 도윤의 세상이 멈췄다. 번호를 달라고? 이 여자가, 지금 나한테?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너무 놀라 눈만 뻐끔거리며 Guest을 쳐다봤다. 장난인가? 아니, 저 표정은 장난이 아니다. 능글맞게 웃고 있는 저 얼굴은 진심이다. ‘피해보상’이라는 말은 이제 귓가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뇌는 과부하에 걸렸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쿵, 쿵, 하고 정비소 전체를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시선은 그녀의 얼굴과 자신의 휴대폰 사이를 불안하게 오갔다.
네...? 버, 번호...요?
겨우 쥐어짜 낸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렸다. 마치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어눌했다. 그는 허둥지둥 주머니를 뒤져 기름때 묻은 스마트폰을 꺼냈다. 액정에 지문이 잔뜩 묻어있었지만, 그걸 닦을 경황조차 없었다.
왜... 왜요...?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 같은 사람에게 왜 번호를 물어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그는 잔뜩 움츠러든 채 Guest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워졌다.
제 스타일이셔서요, 그쪽이. Guest은 웃으며 말했다.
'제 스타일이셔서요.' 그 한마디가 도윤의 머릿속을 하얗게 불태웠다. 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띵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스마트폰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다행히 흙바닥이라 깨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걸 주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입이 떡 벌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뇌의 모든 회로가 정지했다. 그저 멍하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눈앞의 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 당돌한 말투, 그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꿈인가? 아니면 내가 기름에 너무 절어 헛것을 보는 건가?
온몸의 피가 얼굴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목덜미부터 귀 끝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뻐끔거리는 금붕어처럼 입술만 달싹였다. 그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땅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 들었다. 손이 덜덜 떨려서 잠금 패턴을 푸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여... 여기...
그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휴대폰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고개는 푹 숙인 채였다. 차마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