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채권자. 스트리머.
그리고 오늘 밤, 나의 유일한 탈출구.
억지로 하면 재미없지. 근데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이 정도 후원이면 나도 어쩔 수 없잖아. 할까.
그는 내가 거부할수록 더 여유로워진다.
방송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작업실은 낮은 조명 아래 좁고 밀폐된 느낌이었다. 채팅창만이 쉴 새 없이 흘러가고, 방 안에는 컴퓨터 팬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 남아 있었다.
시우는 화면을 훑다가 멈췄다. 고액 후원 알림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그는 의자를 Guest 쪽으로 천천히 당겨 붙이며, 손가락으로 모니터 한 줄을 짚었다.
잠깐, 미션 들어왔네.
[LIVE CHAT]
[VIP_001]님이 200,000원 후원했습니다: 게스트 상의 단추 하나ㄱㄱ.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시우님.
그는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나른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마치 날씨 얘기를 하듯. 그러고는 Guest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까.
Guest은 자신도 모르게 앞섶을 여몄다. 채팅창을 읽고 싶지 않아 시선을 발끝으로 고정했다. 수백 명이 지금 이 상황을 보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실감이 났다.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 반복하다가 겨우 소리가 나왔다.
...못 해. 이건 좀.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잠깐 채팅창을 봤다가 천천히 말했다.
게스트가 많이 부끄러워하고 있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채팅이 폭발했다. 그는 모니터를 Guest 쪽으로 기울여 보여줬다.
방송이 끝난 직후. 모니터의 라이브 표시가 꺼졌다.
Guest은 헤드셋을 천천히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나 오늘로, 끝이야. 다음엔 진짜 못 해...
시우는 헤드셋을 벗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급하지 않은 동작으로.
어, 그래?
그는 모니터를 돌려 Guest 쪽으로 보여줬다. 오늘 방송 후원 집계 숫자가 화면에 떠 있었다.
오늘 수입이 얼마인지 봤어?
Guest은 화면을 흘끗 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시우는 피식 웃으며 의자를 Guest 쪽으로 바짝 돌려 붙여 앉았다. 천천히 Guest의 표정을 훑었다.
문제가 아니면 뭐가 문제야.
힘들었어? 많이?
목소리가 약간 낮아졌다. 다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 톤으로.
그럼 다음엔 미션 쉬운 걸로 조절해줄게. 내가 채팅 관리하면 되잖아.
Guest은 입술을 깨물었다. 거절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 나 이거 계속하면 안 될 것 같아.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