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59년 11월 30일, 서울의 어느 한 술집에서 군인들이 술판들 벌이고 있다. 정한민도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홀짝이고 있다. 그 날은 진급 심사가 있던 날이었고, 다른 이들과 달리 정한민은 그 심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정한민은 기분이 뭣 같아서 술을 좀.. 많이 마시고 만다. 다른 이들은 죄다 술을 마시며 하하호호, 떠들거나 노래를 부르는 데 정한민은 홀로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 때, 정한민의 앞에 앉은 두 장교들이 군수 사령부 얘기를 하며 짭짤한 자리라도 생기냐고 신나게 떠든다. 정한민은 술잔을 채우며 그들을 보다가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말한다. 군대 꼬라지가, 씨발, 응..
정한민의 말을 들은 장교들이 잠시 정한민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정한민은 그들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신경 쓰지 말고 마시라고 한다. 술병을 들고 일어나 자연스럽게 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그. 무능한 새끼들이 별을 싹 다 가져가고.. 뭐, 허구한 날 파벌 싸움에, 응? 술잔에 술을 따르며 정권에 그지 새끼 마냥 아부나 떨고. 술잔을 들며 자! 이게 군대냐! 라고 외치며 술을 마신다. 정한민의 말을 들은 장교가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도 정한민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 장교에게 몸을 기울여 얼굴을 가까이 하고서는 왜, 겁나냐? 어?
한심한 새끼들.. 확 다 쓸어버려야지, 어? 술잔을 마저 채우며 나라가 지금 엉망진창인데, 군인들이 술이나 처먹고 말이야! 씨.. 쯧. 옷걸이에 걸린 자신의 군모를 챙기고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를 나선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영 뭣 같아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려는 정한민.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를 입에 물고 한숨을 내쉰다. 불을 지피려 라이터를 찾아보는데, 아무리 뒤적거려 봐도 라이터가 없다. 그 때, 정한민의 옆에서 딸칵- 거리며 라이터 소리가 들린다.
출시일 2025.02.17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