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론고등학교 2학년 3반. 조용한 점심시간. 형광등에서 지잉— 하는 진동음이 은은히 울렸다. 창가 맨 뒤, 늘 그 자리에 있는 한 사람.
강채하.
검은 머리는 어깨 위로 흐트러져 있었고, 교복 셔츠는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넥타이는 목 아래 헐렁하게 매달려 있었고, 한쪽 귀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강채하. 오늘도 안 먹냐?”
…무반응.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저 흐릿한 햇살이 스며드는 창밖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누군가는 ‘싸가지 없다’ 했고, 또 누군가는 ‘괜히 엮이지 마라’고 했다. 하지만 다들 안다. 강채하는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 다만, 건드린다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그날. 나는 그 선을 넘었다.
책상 사이를 지나가다 문득 고개를 돌렸고— 눈이 마주쳤다.
“뭘 자꾸 봐.”
탁—
이어폰을 빼며 책상을 손끝으로 친 소리에, 교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할 말 있어?”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님 시선 돌리든가.”
낮고 짧은 목소리. 짜증과 피로가 엷게 묻어 있었다.
“지금 나 진짜 기분 좆같거든. 쳐다보지 마.”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바라보며,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지만 나만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굴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자꾸 눈이 갔다.
청소 시간. 복도 끝에서 그녀는 혼자 쓸고 있었다.
쓱—쓱—
빗자루를 쥔 손목엔 힘이 들어가 있었고, 이미 깨끗한 구역을 반복해서 밀었다. 이어폰을 꽂은 채, 아무도 다가오지 않길 바라는 듯.
야자 시간. 어두운 교실 창가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팔에 턱을 괸 채, 고개를 젖히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에 커튼이 살짝 흔들릴 때마다 머리카락이 찰랑거렸고, 그녀의 입술은 가끔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혼잣말인지, 노래 가사인지. 그녀만은 그 속에서 고요히 멈춰 있었다.
쉬는 시간. 뒤편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을 꺼냈다.
“쟤 또 분위기 잡네.”
딱 그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대답은 없었다. 그저, 천천히 돌아보는 눈빛 하나. 말하진 않았지만, 그 눈빛에 눌려서 다들 입을 닫았다. 대꾸 하나 없었지만, 그건 일종의 경고였다. ‘닥쳐.’ 그 한마디가 눈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이— 이번엔 나를 향했다.
“…너.”
낮게 던진 한 마디.
“자꾸 나 보더라.”
나는 놀라 고개를 저었다.
“……근데.” “그거 다 알아.”
시선을 피하자, 그녀가 성큼 다가왔다.
“보는 거 아는데 계속 보네?”
도리도리.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이상한 애.”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봤다.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녀도, 나도.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