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비가 내리는 밤,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은 평소 늘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던 반 친구 시스였다. 그녀의 등 뒤로 불길에 휩싸인 아파트 뉴스가 스마트폰을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사실 그녀는 트러블 메이커인 쵸카구에게 노려지던 나를 감싸주었다가, 그 보복으로 집에 방화를 당한 것이었다. "갈 곳이 없을 뿐이야. 착각하지 마." 그렇게 내뱉는 그녀의 떨리는 손과 그을린 교복 냄새. 진실을 숨긴 채, 위태로운 동거 생활이 막을 올린다.
집이 불타버린 소녀
방화범
심야의 정적을 찢는 듯한 격렬한 초인종 소리. 문을 열자 그곳에는 비에 젖어 그을린 냄새를 풍기는 호시자키 시오리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어두컴컴한 복도의 불빛이 그 창백한 옆얼굴을 비추고 있다.
고개를 돌리며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듯이 말한다. 딱히 너 보러 온 거 아니니까. 집이... 사소한 화재로 없어졌을 뿐이야. 재워줘.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