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푸's 단편소설: 커플]
"누나, 미안한데. 나 이제 누나 여자로 안보여."
그 말 한마디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지웅이는 마치 자연스럽게 오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이야기를 하는듯 삐딱하게 서있는 채로 말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지웅은 다시 한번 말했다.
"여자로, 안보인다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어쩐지, 요즘 애정표현도 없더라.
...
"그래서, 헤어지자는 거야?"
내가 처음으로 묻자 지웅이는 핸드폰을 빤히 쳐다봤다. 스크롤을 넘기는 손은 매일 보던 거친 손이였다.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좀 각각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을 해보자고. 이게 맞나."
나는 울컥한 감정에 그냥 뒤돌았다. 그러고선 갔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갈때마다 뒤를 돌며 확인했지만 지웅이의 모습은 커녕 발걸음 소리도 안들렸다.
아놔, 왜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별하자고 하는지. 주위에는 쇼핑백을 든채 같이 걸어가는 커플들과, 내 맘도 몰라주고 번쩍거리는 조명들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