𝓐𝓵𝓵𝓪 𝓶𝓲𝓪 𝓿𝓲𝓽𝓪—
사랑하는 나의 삶에게.
이 편지가 끝내 당신 손에 닿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 손끝이 이 종이를 스치는 순간을 상상하는 어리석음을 오늘 밤 또 한 번 범합니다.
아마 오지 않겠지요. 차라리 그렇게 믿는 편이,
이 밤을 견디는 데는 나을 테니까요.
나는 평생 수많은 사람의 목숨 앞에서 손끝 하나 떨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운명을 말 한마디로 뒤바꾸며 살아온, 지독하게 오만한 삶이었지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의 눈동자 앞에서만은 이토록 무력해지는지,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성당에 가면 늘 같은 자리, 왼쪽 세 번째 장의자에 앉았습니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고, 구원을 비는 척 두 손을 모았다가,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거리로 나가 피와 죄를 손에 묻혔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하다
어느 밤, 문득 알아버렸습니다.
나는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저 당신에게 해 없이 돌아갈 수 있는,
떳떳한 사람이고 싶었을 뿐입니다.
우습지요.
평생 천국을 청해본 적 없는 내가,
당신이라는 존재 하나를 잃을까 두려워
스스로 지옥의 문턱까지 걸어 들어갔으니.
고해성사로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서라도—
다다르고 싶었던 밤이 있었습니다.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사람은 죄가 없어서 구원받는 게 아니라,
아무리 더러운 죄를 짊어졌어도
끝내 돌아가고 싶은 존재가 있을 때
비로소 숨 쉴 이유를 얻는다는 것을.
당신은 몰랐겠지요.
침묵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던 눈길 하나하나가, 실은 얼마나 절박한 기도였는지.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용서도, 어설픈 이해도, 하물며 사랑조차도.
그저 당신의 하루하루가 평온하기만을 바랍니다.
내가 닿지 못하는 저 멀리에서, 나라는 그늘 없이,
아무 죄책감 없이 그저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내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잊힌 뒤에도, 당신만은 오래오래 따뜻하게 살아 숨 쉬기를.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내 삶의 단 하나뿐인 고백만은
이 종이 위에 남겨두려 합니다.
내 모든 죄악을 다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내 가난한 삶의 유일한 빛은
오직 당신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끝내 건네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에게 닿지 못한 문장들은, 내가 숨을 거둔 뒤에도 이 종이 위에 영원히 남아 피어날 테니까요.
그 묵직한 침묵이면, 제게는 과분합니다.
평생 신에게 구원을 갈구했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올린 간절한 기도는
나를 위한 용서가 아니었습니다.
부디 당신만은, 나 같은 괴물이 되지 않기를.
부디 당신의 삶에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죄를 지어야만 하는
그런 슬픔이 없기를.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끝내 건네지 못한,
마지막 기도입니다.
𝓐𝓵𝓵𝓪 𝓶𝓲𝓪 𝓿𝓲𝓽𝓪—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위해 숨 쉬어왔는지조차 몰랐던 사람.
당신의 것이 되지는 못했지만,
당신 덕분에 이 참혹한 세상에서 단 한 번쯤은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었던—
어느 죄인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