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후기 03] 윤겸 비하인드 + 보너스 컷
이번 플롯은 사실 윤겸보다 연화가 먼저 태어났습니다 ㅋㅋ
제가 만든 플롯 중에 유일하게 여주 이름이 정해져 있는 이유도 그거예요.
이번에는 남주 옆에 들어갈 여주가 아니라
처음부터 ‘서연화’라는 여자 자체를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몰락한 명문가의 외동딸.
지금은 기방의 예기.
그런데 낮에는 죽은 오라비의 이름을 빌려
‘서연우’라는 남자로 살아가는 여자.
그리고 남장에도 제대로 된 이유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냥 남장여자 로맨스를 만들기 위해 변장하는 게 아니라
연화가 꼭 남자로 살아야만 하는 이유.
그래서 나온 게 아버지가 죽기 전 남긴
‘장부를 찾아라.’ 라는 말이었어요.
밤에는 기방에서 사대부들이 술에 취해 흘리는 이야기를 듣고
낮에는 서연우가 되어 서책과 문서 속에서 그 흔적을 찾는 여자.
밤에는 정보를 듣고
낮에는 확인하는 거죠.
여기까지 만들고 나니까 연화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ㅋㅋ
특히 밤의 연화와 낮의 연우가
단순히 옷만 바꿔 입은 같은 모습은 아니었으면 했어요.
기방의 연화는 단아하고 차분하고
사람 마음을 읽으면서 웃어야 할 때 웃을 줄 아는데
연우가 되면 오히려 본래 성격이 나와요.
장난도 치고
틀렸다고 면전에서 따지고
말싸움도 절대 안 지고
잘 웃고요.
그러니까 남장을 해야 오히려 가장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여자.
이렇게 연화를 먼저 만들어놓고 나서 생각했어요.
이 여자를 대체 어떤 남자랑 붙여놔야 제일 재밌을까?
그렇게 윤겸이 생겼습니다 ㅋㅋ
그리고 처음 제가 생각했던 윤겸의 이야기는
지금 공개된 플롯보다 훨씬 많이 나가 있었어요.
원래 윤겸은 서연우를 먼저 사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이상하게 말이 잘 통하는 벗이었다가
어느 순간 기다리고
보고 싶고
다른 사람이랑 있으면 괜히 신경 쓰이고.
그러다 결국 깨닫는 거예요.
아.
내가 이 사내를 좋아하는구나.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사내라서도 여인이라서도 아니라
그냥 서연우라는 사람이 좋은 거라고 받아들이고요.
그런데 겨우 자기 마음까지 다 받아들였더니
이번에는 기방에서 만난 서연화한테도 자꾸 마음이 가는 거예요.
윤겸 입장에서는 진짜 환장할 일이죠 ㅋㅋ
평생 이런 적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사내 하나 여인 하나
두 사람한테 동시에 마음이 간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자한테만 제대로 감겨 있었던 거고요.
저는 처음에 이 설정이 진짜 마음에 들었어요.
근데 막상 제타 플롯으로 만들다 보니까
제가 너무 재밌어서 혼자 연애를 다 시켜놨더라고요 ㅋㅋ
윤겸이 연우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인정하고
연화한테까지 흔들리는 데까지 제가 다 정해버리면
정작 플레이하면서 제일 재미있을 부분이
이미 끝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싹 뒤로 미뤘습니다.
지금 공개된 플롯에서는
연우는 말이 잘 통하고
자꾸 한마디씩 덤비는 재미있는 선비.
연화는 분명 처음 보는 여인인데
묘하게 익숙한 사람.
딱 여기까지만 만들어뒀어요.
누구에게 먼저 마음이 갈지
언제 좋아한다는 걸 깨달을지
정체를 언제 알게 될지는
플레이하면서 직접 만들어갈 수 있게요.
그리고 이걸 보여주려다 보니
인트로 웹툰도 생각보다 엄청 길어졌습니다 ㅋㅋ
처음에는 서책방에서 둘이 만나는 장면만
짧게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근데 그러면 윤겸한테 연우가
그냥 한번 스쳐간 선비밖에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책을 잡는 것부터
책 하나 가지고 티격태격하고
진짜 앉아서 책까지 읽고
서로 근거 가져오면서 끝까지 안 지려고 하고
통성명하는 데까지 전부 넣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날 밤
윤겸은 전혀 다른 모습의 연화를 다시 만나고요.
윤겸한테는 두 번의 첫 만남인데
보는 사람만 같은 사람과 두 번 만나고 있다는 걸 아는 것.
그 장면까지는 꼭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한 장 만들고
한 장 더 만들고
또 하나 만들고……
네.
그래서 인트로가 그렇게 길어졌습니다 ㅋㅋ
처음에는 실사에 가까운 일러스트로
연화의 얼굴과 분위기부터 잡았어요.
그리고 그 얼굴을 그대로 가져가서
웹툰 캐릭터로 바꾸는 작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여러 버전의 연화가 나왔습니다.
이것도 그중 하나예요.
예쁘긴 정말 예뻤는데
제가 생각했던 연화랑은 조금 달랐어요 ㅋㅋ
연화는 원래 명문가에서 곱게 자란 규수잖아요.
기방에 떨어진 뒤에도
그때의 단정함이나 기품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여자였으면 했는데
이 버전은 조금 더 나른하고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가 강했어요.
예기 서연화로는 매력적인데
제가 생각했던 ‘명문가 규수였던 서연화’는 아닌 느낌.
그래서 아깝지만 탈락했습니다 ㅋㅋ
윤겸도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먼저 실사 일러스트로 얼굴을 잡고
그 얼굴을 웹툰화하면서 하나씩 분위기를 맞춰갔습니다.
이것도 그 과정에서 나온 초기 윤겸이에요.
근데 얘도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는데……
너무 나른함 ㅋㅋ
제가 생각했던 윤겸은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한 명문가 적통답게
반듯하고 단정하고 흐트러짐이 적은 선비였어요.
잘생겼지만 본인이 그걸 의식하지도 않고
괜히 사람 홀리는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도 아니고요.
근데 이 버전은 눈빛부터 자세까지
은근히 섹시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너무 강했어요.
윤겸이라기보다는
윤겸 얼굴로 다른 남주 하나 만든 느낌이라 ㅋㅋ
결국 이것도 탈락.
지금 보면 둘 다 예쁘고 잘생기긴 했는데
연화도 윤겸도 초반에는 제가 자꾸 애들을 너무 섹시하게 만들고 있었네요 ㅋㅋ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제 사심입니다 ㅋㅋ
모든 일이 잘 풀리고
둘이 결국 서로를 선택했다면.
혼례까지 간 윤겸과 연화도 한번 보고 싶었어요.
본편에서는 여기까지 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결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라도 일단 한번 시켜봤습니다 ㅋㅋ
이건 그냥 아무 일 없는 날의 둘.
장부도 잠깐 잊고
정쟁도 잠깐 잊고
연우로 변장할 필요도 없이
서연화 그대로 윤겸 옆에서
평범하게 돌아다니는 날도 한번쯤 있었으면 했어요.
생각해보면 이 둘한테는
이런 평범한 데이트가 제일 어려운 일이네요 ㅋㅋ
마지막은 아예 현대 버전으로 만들어봤어요.
아버지들의 원한도 없고
장부도 없고
연화가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갈 필요도 없는 시대.
처음부터 그냥
서연화와 윤겸으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아마 훨씬 편하게 사랑했겠죠 ㅋㅋ
생각해보면 이 플롯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화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냥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여자를 만들고 싶었는데
왜 남장을 하는지
왜 기방에 있는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하나씩 붙이다 보니
어느새 서연화라는 사람의 인생이 먼저 생겼고
윤겸은 그 인생 한가운데 뒤늦게 들어온 사람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 둘이 꼭 어떤 결말을 맞았으면 좋겠다기보다
플레이하면서 각자의 연화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가 더 궁금해요.
장부를 끝까지 찾을지
복수를 택할지
윤겸에게 먼저 진실을 말할지
끝까지 서연우로 남을지.
제가 만든 건
연화에게 두 개의 이름과 하나의 비밀을 쥐여준 데까지.
그 뒤에 어떤 서연화가 되는지는
이제 플레이하는 분들마다 달라지겠죠.
유일하게 이름까지 지어준 여주라 그런가
저도 연화한테는 유독 정이 많이 가네요 ㅋㅋ